트럼프 “한국 선박, 단독행동하다 피격”… 美, 한국 압박 수위 높였다
헤그세스 “한국 더 나서야”… 호르무즈 작전 참여 압박
원인 규명 전 이란 소행 규정… 동맹국 책임론 키우는 美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경색 해소를 명분으로 한국 등 동맹국에 역할 확대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사 운용 선박 폭발·화재를 이란의 공격으로 기정사실화하며 한국의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를 요구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 행사에서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의 43%를 조달한다고 언급한 뒤 "그들의 선박이 공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선박은 선단에 포함돼 있지 않았고 단독으로 움직이기로 했다"며 "그 선박은 어제 박살이 났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보호하던 선박들은 공격당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HMM 벌크선 'HMM 나무호'가 미군 보호 선단에 합류하지 않고 움직이다 이란의 공격에 노출됐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시간 4일 오후 8시 40분쯤 호르무즈 해협 내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 나무호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선박에는 한국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해 24명이 타고 있었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한국 정부는 폭발·화재 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원인 분석에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부터 이를 이란의 공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에도 "이란이 프로젝트 프리덤과 관련한 선박 이동 과정에서 한국 화물선을 향해 발포했다"며 "이제 한국도 이 작전에 동참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적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더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호주, 유럽도 더 나서주기를 바란다"며 "그들에게 넘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 선박 폭발·화재와 관련해서도 "그런 식의 표적 공격은 이란의 무차별적 행태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 모두 이를 이란 공격으로 판단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프로젝트 프리덤은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상선들의 통행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이 개시한 작전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작전이 일시적이라며 "적절한 시기가 오면 전 세계가 주도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초기 통행 여건을 조성한 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해협 안전 보장 책임을 넘기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미군 설명이다. 다만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이 미군이나 상선을 공격할 경우 압도적이고 파괴적인 미국의 화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휴전 이후 이란이 상선을 향해 9차례 발포하고 화물선 2척을 나포했으며 미군을 10차례 이상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1550척 이상의 선박과 2만2500명의 선원이 페르시아만 일대에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 방침을 밝힌 데 이어 한국에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요구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안보·무역 분야 불이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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