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부터 타임 100대 필독서 선정 “여성폭력에 대한 분노, 호러로 배출”

황지윤 기자 2026. 5. 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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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 작가 모니카 킴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국내 출간
“버닝썬 사건 보고 범죄소설 ‘몰카’ 써”
한국계 미국 작가 모니카 킴. /©Iris Minji

한국계 미국 작가 모니카 킴(33)은 무서운 신인이다. 2024년 첫 소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The Eyes Are The Best Part)’를 펴내 미국 호러 작가 협회(HWA)가 주는 브램 스토커상(데뷔 소설 부문)을 받았다. 이 책은 그해 뉴욕타임스 올해의 호러 소설, 타임 100대 필독서,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등에 꼽혔다. 곧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헐리우드에서 주목받는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가 메가폰을 잡았다. 최근 ‘브리저튼 시즌4’ 주연을 맡은 하예린이 ‘이 영화의 대본이라도 구해달라’고 한 일화가 알려져 화제가 됐다.

“엄마는 항상 눈알이 제일 맛있는 부위라고 말했다.” 첫 문장부터 그로테스크하다. 생선 눈알을 즐겨 먹는 엄마를 보고 자란 한국계 이민자 가정의 장녀 지원이 주인공. 지원은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생선 눈알을 맛보고, 그날 밤부터 눈알 먹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물론 그녀가 맛보는 건 생선 눈알만이 아니다. 여기서 호러 장르로의 도약이 일어난다. 때론 미세한, 때로는 노골적인 인종차별 경험이 쌓이며 지원은 분노를 키우고, 어느 날 사람 눈알을 파먹고 만다. 그는 탱글한 눈알이 입안에서 터지고 쫀득하게 씹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지원은 푸른 눈알만 보면 군침이 돈다.

‘눈알이…’ 국내 출간을 맞아 서면으로 만난 모니카 킴은 “미국 LA에서 태어났지만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오신 부모님 밑에서 한국어를 쓰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TV를 보며 자랐다”며 “아시아 여성의 경험을 쓰는 데 주력하는 페미니즘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호러에 발을 들인 건 조던 필의 ‘겟 아웃’(2017) 영향이 컸다.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 받으며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킴은 “호러가 얼마나 유연한 장르인지 깨달았다”며 “예술가들로 하여금 위험을 감수하고 경계를 넘어 도전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영미권에서는 여성이 쓴 폭력적인 바디 호러 작품을 일컬어 ‘펨고어(Femgore·여성과 잔인한 신체 훼손을 보여주는 장르인 ‘고어’의 합성어)’로 분류한다. ‘눈알이…’도 펨고어물로 볼 수 있다. 킴은 “호러는 오랫동안 백인 남성 중심의 장르였기에 다양한 배경의 여성들이 이 장르에 자리 잡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왜 여성 작가의 호러에만 별도의 라벨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번 소설의 직접적인 집필 계기는 2021년 3월 미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이다. 그는 “아시아 여성 6명이 희생된 이 사건에 분노가 끓어올랐다”며 “글쓰기가 이 분노를 배출하는 통로가 됐다”고 했다. “아시아 여성은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하다는, 심지어 초성애화되기도 하는(hypersexualized) 서구 고정관념에 오랜 기간 좌절감을 느껴왔습니다.”

킴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여성이 느끼는 공포를 소설의 주요 테마로 삼는다. 지난달 말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차기작 ‘몰카(Molka)’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몰카 범죄’를 소재로 다룬 이 소설은 “버닝썬 사건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내년 국내에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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