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동생을 ‘인터뷰’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등단을 하게 되면 꼭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나의 가족을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소설가가 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일종의 명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근거리의 관계를 인터뷰이(interviewee)라는 원거리의 관계로 전환할 명분이. 그저 체면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내가 무슨 소설을 쓰는지도 모르는 가족에게 소설가 지망생의 신분으로 당신의 삶을 들려달라고 할 만한 배짱이 내겐 없었다.
이 생각은 20대 초반에 ‘대한민국 원주민’이라는 만화를 보고 나서 갖게 됐다. ‘송곳’과 ‘지옥’을 그린 최규석의 자전적 만화로, 이 책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뿐 아니라 부모의 과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게 ‘원주민’을 방불케 하는 삶이 이토록 가까이 있었다는 데서 놀라운 한편, 언젠가 나도 가족들의 인생사를 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들에게서 원주민의 모습을 발견하며 그들을 더 이해해 보겠다는 치기 어린 마음이었다.
지난달, 그래서 나는 다섯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동생이 있는 포항에 갔다. 동생과 나는 띠동갑이다. 직접 기저귀를 갈아준 기억부터 대입 자소서를 첨삭해 주던 기억까지, 동생은 내가 가장 잘 아는 가족이었다. 성향과 성격도 비슷한 만큼 인터뷰하기도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다. 1박 2일 동안 녹음기를 켜둔 채 나는 준비한 질문들을 건네며 동생의 말을 노트북에 옮겨 적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나는 정말 동생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구나.
동생을 다 이해한다는 생각으로 해줬던 말들이 떠오르며 부끄러웠다. 충분히 알았더라도 이해는 다른 문제인지도 모른다. 나를 낳고 기른 분들이 내 소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모두가 서로에 대해 원주민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알아차리기 힘들 뿐이다.
저녁이 다 되어 나는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KTX를 탔다. 창밖으로 풍경은 빠르게 뒤로 지나갔고, 점차 어두워졌다. 어느새 유리창에는 내 얼굴만 선명히 비쳤다.
/김선준·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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