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안 악용한 보이스피싱 범죄 기승

주하연 기자 2026. 5. 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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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문제로 스미싱 시도
심리지배·악성앱 등 수법 급변
복합범죄 진화 피해 양상 변화
30대 이하 피해비율 절반 넘어
보이스피싱 / 아이클릭아트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항공편이 잇따라 조정되자 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시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항공권 취소나 일정 변경을 안내하는 문자를 보낸 뒤 재예약을 유도하는 가짜 사이트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사칭해 URL 접속을 유도하는 스미싱 시도까지 이어지며, 정책 이슈를 악용한 범죄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이스피싱은 사회 이슈를 빠르게 반영하며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한 통의 전화'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문자, 악성 앱, 대면 접촉까지 이어지는 복합 범죄로 진화하면서 피해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울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울산 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65건, 피해액은 약 29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피해 연령대 변화가 눈에 띈다. 과거 50대 이상 비중이 높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30대 이하 피해 비율이 51.3%로 늘며 젊은층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년층이 피싱사이트나 악성 앱 등 신종 수법에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법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경찰·검찰·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이 여전히 많지만 단순 전화에 그치지 않는다.

울산의 한 50대 피해자는 카드 배송원을 사칭한 전화에 속아 앱을 설치한 뒤,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메신저 연락에 따라 현금을 직접 전달했다. 악성 앱으로 인해 112나 금융기관에 전화를 걸어도 조직원이 이를 가로채는 '전화 가로채기'까지 이뤄졌다. 전화-앱-메신저-대면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복합형 범죄다.

청첩장, 부고장, 과태료 고지 등을 미끼로 한 문자도 빈번하다. 링크를 클릭해 악성 앱이 설치되면 휴대전화가 장악되고, 전화번호, 문자, 금융정보 등을 빼내간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변화는 '시간을 들이는 범죄'다. 짧은 통화로 끝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장시간 통화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가스라이팅형'이 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경찰이 출동해도 피해자가 범죄자의 지시를 더 신뢰해 설득에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셀프감금형'은 이런 흐름의 극단이다. 20대 사회초년생 A씨는 검찰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 범죄 연루 사실을 통보받은 뒤 숙소에 머물며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한 달 가까이 통제됐다. 그 사이 예금은 물론 대출금까지 '자산 검수' 명목으로 이체하며 피해를 입었다. 피해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유 자산 전반으로 피해가 확대되는 구조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이 기술과 심리를 동시에 파고드는 범죄로 진화한 만큼 대응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일단 끊고 상대방 신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현금 전달이나 계좌이체 요구를 받으면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수사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