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문턱 낮아지자… ‘AI 쓰레기장’ 된 앱 플랫폼

안별 기자 2026. 5. 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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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앱스토어 신규 앱 24% 증가
제미나이

직장인 A씨는 최근 쉬는 시간을 활용해 자신만의 가계부 앱을 만들었다. 코딩 지식은 전혀 없었지만, AI(인공지능) 코딩 도구에 “깔끔한 디자인의 가계부를 만들어줘”라고 메시지로 지시하자 단 몇 분 만에 그럴듯한 가계부 앱이 만들어졌다. A씨와 같은 ‘바이브 코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앱스토어가 거대한 ‘AI 쓰레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바이브 코딩’ 혁신의 역설

최근 커서와 리플릿, 볼트 등 생성형 AI를 활용한 코딩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이른바 ‘바이브 코딩’ 시대가 열렸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텍스트 등으로 입력하면 앱이 뚝딱 만들어진다. 리플릿은 최근 자사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들이 5000여 개 앱을 시장에 쏟아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코딩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가져온 결과는 참담하다.

그래픽=이철원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앱피거스에 따르면, 작년 애플 앱스토어에 제출된 신규 앱은 2024년 대비 24% 늘어난 약 55만7000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 앱들의 품질이다. 대부분 독창적인 기능 없이 기존 앱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AI가 기계적으로 생성한 저질 콘텐츠 ‘AI 슬롭(Slop)’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국내 구글 앱 마켓 100위 안에 드는 앱 중 20% 이상이 단순 문서 파일 등을 읽어주는 ‘PDF 리더’ 앱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PDF 리더 앱 같은 유틸리티(도구) 앱은 만들기 쉽고 특정 앱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앱으로 알려지면서 바이브 코딩의 대표적인 타깃으로 꼽힌다. AI로 만들어진 앱들은 검색 최적화 알고리즘을 교묘히 악용해 앱 순위권을 차지하고 사용자들에게 결제나 광고 시청을 강요하는 ‘수익형 스팸’으로 전락하고 있다.

◇무너진 ‘문지기’ 애플... 심사 대기만 한 달

수백만 개의 앱이 앱스토어에 쏟아지면서 앱의 보안성과 품질을 검수하는 플랫폼의 앱 심사팀은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에 빠졌다. 과거 애플은 앱 심사 제출 후 24~48시간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했다. 그러나 현재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앱 심사 대기 시간이 14일에서 길게는 45일까지 지체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양적 팽창에 치중한 나머지 질적 통제에 실패하면서 플랫폼 자체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브스는 “애플의 ‘문지기’ 역할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했다.

컴퓨터로 코딩 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

◇고사하는 개발자들... ‘죽은 인터넷 이론’ 현실화되나

AI 슬롭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제대로 된 앱을 만들어 가치를 창출하는 ‘진짜’ 개발자들이다. 이들은 AI 슬롭의 물량 공세에 밀려 검색 결과 뒤편으로 밀려나고 있다. 결국 AI 슬롭의 범람은 중소 개발사 고사와 혁신의 동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인디 개발자는 “과거엔 좋은 앱을 만들면 입소문을 타고 사용자가 꾸준히 유입됐지만, 이제는 수만 개의 복제 앱 사이에서 눈에 띄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테크 업계에서는 ‘죽은 인터넷 이론’의 현실판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죽은 인터넷 이론은 인터넷에 올라온 콘텐츠 대부분이 봇과 AI가 생성한 무의미한 정보로 채워졌다는 가설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차원에서 AI 슬롭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면 플랫폼에 대한 사용성에 실망한 이용자들이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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