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연결한다”…광천터미널 개발, ‘도시재생’ 주목
도쿄 도심 복합개발 사례 벤치마킹
교통·상업·주거·업무 등 ‘연결’ 핵심
수직정원 등 빌딩 곳곳에 녹지 조성
지하철·버스 교통망 유기적으로 연결
광주형 복합개발 방향 모색 기회로

일본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힐즈 중심부. 고층 빌딩 사이에 조성된 녹지 공간에는 작은 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잔디 위에서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공간은 자연스럽게 사람들로 채워졌고, 업무시설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분위기는 공원에 가까웠다. 빽빽한 건물 사이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머무는 공간'이었다.
이 같은 변화는 도쿄 도심 전반에서 확인됐다. 아자부다이 힐즈에서는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광장과 녹지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고, 토라노몬 힐즈에서는 교통과 건축, 보행 동선이 끊기지 않고 연결됐다. 업무·주거·상업 기능은 수직으로 쌓였지만 이용 흐름은 수평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지상은 시민에게 열려 있고, 지하는 교통 기능이 집중됐다. 미드타운 야에스에서는 기능을 압축한 지하형 버스터미널이 운영되고 있었다.
광주신세계가 추진 중인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 역시 이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다. 단순한 상업부지 개발이나 터미널 확장을 넘어 교통과 상업, 녹지와 생활 인프라를 결합하는 도시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 도쿄의 주요 복합개발 현장을 직접 보고, 걸으며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이 만들어낼 변화의 밑그림을 그려봤다.

5일 광주신세계에 따르면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은 광주신세계 백화점과 광주 유스퀘어 일대 약 10만9000㎡ 부지에 교통과 상업, 주거, 문화 기능을 결합한 대형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 3조원 규모로, 2033년 완공을 목표로 먼저 백화점 신관이 들어서고 이후 터미널과 호텔·공연장·업무시설이 결합된 건축물과 주거·의료·교육 기능을 포함한 시설이 순차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연면적 약 84만㎡ 중 녹지 비율도 20~30% 수준으로 확보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복합개발의 구상은 일본 도쿄 곳곳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확인되고 있었다.

도쿄 미나토구에 조성된 토라노몬 힐즈는 복합개발이 도시 단위 재편으로 확장된 대표 사례다. 고층 건물 사이로 조성된 녹지 공간은 단순 조경을 넘어 일상의 일부로 작동하고 있었다.
토라노몬은 모리타워를 시작으로 비즈니스타워, 레지던스타워, 스테이션타워 등 4개 동이 순차적으로 들어선 구조다. 오피스와 주거, 호텔, 상업시설이 하나의 체계로 묶이며 '일하고·살고·머무는' 기능이 동시에 작동하는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빌딩 숲 속 건물 사이·하부 공간에 녹지·광장 '눈길'
이곳의 특징은 '수직정원'이다. 빽빽한 빌딩 숲 속 건물 사이와 하부 공간에 녹지와 광장을 배치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입체적인 공원처럼 구성했다. 실제 중심부 녹지에는 정원과 작은 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업무지구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공간은 생활과 휴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보행 동선도 눈에 띄었다. 지상에서는 보행데크를 따라 이동하면 상업시설과 업무공간, 광장으로 끊김 없이 이어졌다. 이동과 체류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는 구조인 것이다.

아자부다이 힐즈, 주거·숙박·교육·의료 '한 곳에'아자부다이 힐즈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한 단계 더 확장된 형태로 나타난다. 타워플라자 입구 광장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고, 거주민과 방문객들이 드넓은 정원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머물고 있었다.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이곳에서 머무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가치로 작동하는 분위기였다.
이곳은 약 8만1000㎡ 부지 가운데 2만4000㎡가 녹지로 조성된 복합단지로, 국제학교인 '더 브리티쉬 스쿨 도쿄', '게이오대학교 예방의료센터', 최고급 주거시설로 알려진 '아만 레지던스 도쿄' 등 도시의 다양한 기능이 한데 모여 생활 전반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상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되는 '하이엔드' 공간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구성은 단순한 편의시설 집합을 넘어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로 도쿄는 도시 규모에 비해 외국인을 위한 고급 주거·숙박시설과 교육,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아자부다이 힐스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능을 집약적으로 담아낸 공간으로 평가 받는다. 국제학교를 단지 안에 유치한 점도 해외 인재 유입을 고려한 설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광주신세계의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 계획 역시 특급호텔과 하이엔드 주상복합, 국제학교, 의료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단지 조성이 포함 된 만큼 아자부다이 힐즈와 같이 '생활 자체가 경험이 되는' 하이엔드 복합공간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접근이 눈에 띄었다. 도쿄역 야에스 출구 앞 미드타운 야에스 지하 버스 플랫폼은 공간을 넓히기보다 기능을 압축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었다. 지하 1층에는 상업시설과 대기, 매표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었고, 지하 2층에는 승강장이 배치돼 동선이 짧고 명확하게 이어졌다.
실제로 내려가 보니 넓은 공간이 아닌데도 흐름이 막히지 않았다. 도심 한복판이라는 입지 속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한 교통 인프라의 모습이었다. 승강장은 번호 기반 게이트 방식으로 운영돼 이용 흐름이 단순하게 정리돼 있었다. 현재는 6개 승강장만 운영되고 있지만, 전체 개발이 완료되면 하루 600편 이상의 고속버스를 처리하는 대규모 도심형 터미널로 확장될 예정이다.

교통·상업·주거·문화·공공기능 '하나로 연결' 핵심이처럼 도쿄의 복합개발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특징은 '연결'이다.
교통과 상업, 주거와 문화, 공공 기능이 각각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도시 기능을 재편함과 동시에 녹지와 광장은 시민이 머무는 공간으로 작동하며 복합개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 역시 터미널 기능을 포함한 만큼 단순한 시설 확장이 아니라 교통 흐름과 보행 동선, 생활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설계가 요구된다. 이러한 공간 구성이 현실화될 경우 광주의 도시 구조와 생활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도쿄 벤치마킹을 통해 교통과 상업, 주거, 문화 기능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복합개발의 방향성을 확인했다"며 "시민들이 머물고 체류하는 경험 자체가 공간의 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공 기능을 중심으로 한 광주만의 복합 공간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