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적당히 난감한 일

그날 나는 고민 끝에 도톰한 재질의 바지와 반소매 니트셔츠를 골랐다. 그 위에는 새로 구입한 카디건을 입을 참이었다. 창문을 모두 열어두었는데도 강의실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더웠다. 나는 한참 설명을 하다 이마와 등에 땀이 고이기 시작할 즈음 카디건을 벗어 옆에 내려두었다. 양 겨드랑이 축축하게 젖은 것이 느껴질 정도로 더운 한낮이었다. 강의실에 드는 빛이 비스듬해지면서부터는 공기가 차게 식어 카디건을 입은 뒤 목 밑까지 단추를 채워야 했다.

마침 연락을 해온 친구가 자초지종을 듣더니 내게 물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전부 본 거야? 네 파란 겨드랑이를?” “응, 전부.” 분노가 휩쓸고 지나간 뒤 시무룩해진 내가 답했다. “얼마나 멍청해 보였을까.” “웃겼겠지, 뭐.” 친구가 가볍게 덧붙였다. “네가 진지하게 말할 때마다 웃겼겠지. 몰래 웃느라 재밌었을 거고, 덕분에 잠도 좀 깼겠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다시금 화가 난 내게 친구가 말했다. “이미 일어난 일이라 변할 것도 없잖아. 단순하게 생각해. 네 파란 겨드랑이 때문에 누군가가 깔깔 웃었겠구나 하고 그냥 거기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해지진 않았지만 노력은 해볼 만했다. 나는 학창 시절 내게 주어졌던 ‘깔깔 웃는 시간’을 더듬어보았다. 학생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었던 윤리 선생님의 셔츠에 항상 남아 있었던 집게 자국에 대해서. 빨래집게로 셔츠를 얼마나 호되게 집어 건조했는지 선생님의 양어깨는 늘 한 꼬집 솟아 있었다. 스승의 날 선물로 학생들이 ‘자국 안 남는 옷걸이’를 선물했을 때 그가 지었던 어리둥절한 표정도 떠올랐다. 셔츠 어깨는 곧 평평해졌지만 우리는 선생님을 발견할 때마다 손가락으로 어깨를 꼬집는 시늉을 하며 숨죽여 웃었다. 생각해 보면 그 정도의 일이었다. 한바탕 웃어넘기면 끝날, 적당히 난감한 일 말이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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