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기억한다는 건[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05〉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2026. 5. 5.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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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엄마 이름으로 살아갑서."

너무 끔찍해 그 기억조차 지워버린 채 살아가던 정순이 기억과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이야기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그 존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엄마. 이제 엄마 이름으로 살아갑서." 영옥이 정순에게 해주는 그 말은 그래서 4·3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이 영화와 우리들의 다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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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엄마 이름으로 살아갑서.”

―정지영 ‘내 이름은’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하지만 정순(염혜란 분)은 총구 앞에서 이름을 잃었다. 살아남기 위해 친구 정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이라 말한 것이다. 그러자 친구와 자신의 운명이 엇갈렸다. 이름을 빼앗긴 친구는 죽고, 자신은 살아남았다. 제주4·3사건의 비극을 다룬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내 이름은’은 국가 폭력에 의해 자신의 이름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너무 끔찍해 그 기억조차 지워버린 채 살아가던 정순이 기억과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이야기다.

여자 이름이 싫어 개명을 원하는 영옥(신우빈 분)과, 분만 중 숨진 딸이 남긴 손자 영옥을 아들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정순. 영화는 이들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 이야기를 병치시킨다. 정순이 어린 시절 겪은 4·3사건은 이웃끼리도 ‘빨갱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서로에게 폭력을 가해야 했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새로 전학 온 경태라는 아이가 벌이는 학교 폭력이 저 4·3사건의 국가 폭력을 닮았다. 아이들을 편 갈라 싸우게 만들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경태 앞에서, 그에 의해 반장이 된 영옥은 갈등한다. 즉, 영화는 4·3사건의 폭력이 현재에도 여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영옥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그 존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정순은 고통스럽지만 스스로 지워버렸던 끔찍한 기억을 애써 마주하며 진짜 이름을 되찾는다. “엄마. 이제 엄마 이름으로 살아갑서.” 영옥이 정순에게 해주는 그 말은 그래서 4·3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이 영화와 우리들의 다짐처럼 들린다. 엔딩 크레디트에 새겨진 9778명의 이름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 그래서 다시는 그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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