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어린이날만큼은 깔끔한 응원을" 산산조각…'연고이전' 욕설 들은 제주 김동준 "K리그 팬들 떠나게 만드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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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는 취지는 어디로 갔을까.
두 팀의 특별한 역사를 짚으며 "팬들이 어떤 감정을 갖고 이 경기를 바라보는지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린이날인 만큼 응원 문화도 조금 더 깔끔하게 가져갔으면 한다"며 차분하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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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부천, 조용운 기자]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는 취지는 어디로 갔을까.
하필 어린이날, 경기장의 공기가 묘하게 흔들렸다. 박수 대신 야유가 터졌고, 응원 대신 거친 욕설이 뒤섞였다. 축구가 품어야 할 가치가 흐릿해지는 순간이었다. 또 한 번, K리그 응원 문화에 묵직한 숙제가 남았다.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1995와 제주SK의 맞대결은 시간과 감정이 켜켜이 쌓인 ‘연고 이전 더비’였다. 2006년 제주가 부천SK라는 이름을 뒤로하고 연고지를 옮기며 남긴 상처는 현재진행형이다. 부천은 이듬해 시민구단으로 다시 출발했고, 긴 시간을 돌아 1부 무대에서 제주를 안방으로 불러들이는 장면까지 만들어냈다.
멋진 서사는 경기장 밖에서 삐끗했다. 경기 전, 부천 이영민 감독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두 팀의 특별한 역사를 짚으며 "팬들이 어떤 감정을 갖고 이 경기를 바라보는지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린이날인 만큼 응원 문화도 조금 더 깔끔하게 가져갔으면 한다"며 차분하게 당부했다.
오랜 시간 쌓인 응어리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날만큼은 축구와 결과로 풀어내자는 접근이었다. 하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기대와 달랐다. 후반으로 갈수록 부천 서포터와 제주 골키퍼 김동준 사이에 신경전이 이어졌고,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의 긴장감도 점점 높아졌다.

후반 내내 예민한 시간을 보낸 김동준은 취재진 앞에서 "나는 항상 존중의 의미로 골대 뒤 모든 팀 서포터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그런데 유독 부천 팬들만 욕을 하더라. 5월 5일 어린이날이기도 해서 욕설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오히려 더 심한 말을 많이 들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장면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달 제주 홈에서 열린 첫 맞대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김동준은 "그때도 솔직히 충격이었다. K리그는 경기가 끝나면 상대팀 방면으로 인사하고 들어가는데 울산HD, 전북현대 등 보통의 팬들은 수고했다고 박수를 보내준다"며 "그런데 부천 서포터는 인사를 하자 손가락 욕을 하더라.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여전히 과거에 머문 일부 팬들의 행동도 짚었다. 김동준은 "우리가 도발하거나 시간을 끈 것도 아닌데 연고 이전이라는 이유로 개인에게 욕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사실 연고 이전을 결정한 건 선수가 아닌데, 선택 받아 이 팀에서 뛰는 선수에게 계속 그 이유로 비난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말은 더 직설적으로 이어졌다. "기업들도 결국 이미지를 본다. 이런 안타까운 문화를 가진 팀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존중하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며 "모두 좋은 축구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는데 저런 부분 때문에 K리그를 사랑하는 분들이 떠나간다고 본다. 이런 문화는 축구인으로서 안타깝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마 부천 선수들도 슬픈 마음일 것이다. 안 좋은 감정을 계속 표출하는 게 과연 좋은 문화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며 "프로축구연맹과 부천 구단에서도 팬들에게 자제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만큼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라고 변화를 촉구했다.
승리로 팬들의 응어리를 풀어보려던 이영민 감독의 구상도, 어린이들에게 좋은 장면을 남기려던 선수들의 노력도 일부 팬들의 선을 넘은 행동 앞에서 힘을 잃었다. 치열한 라이벌전의 여운은 내용보다도 야유가 담긴 장면에 더 오래 머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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