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선택하는 여성들 "결혼을 왜 선택해야 하는가" [이지은의 신간]

이지은 기자 2026. 5. 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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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성취 문제가 공론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국가적 위기 원인인 저출산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과거에는 결혼한 여성이 "어떻게 커리어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고민이 있었다면, 지금은 커리어를 선택한 여성이 "결혼을 왜 선택해야 하는가"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삶의 기본 경로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했고, 상당수 여성이 결혼과 출산·육아를 이유로 커리어를 중단하는 사례가 집단적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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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북리뷰 「결혼 옵션 세대」
일-가정 양립 어려운 한국 사회
결혼 대신 커리어 택하는 여성들
결혼이 개인의 삶 위협하는 현실
저출생 개선 위해선 구조 바꿔야
결혼과 출산이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사회에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성취 문제가 공론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국가적 위기 원인인 저출산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이는 '일-가정 양립'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왜 결혼하지 않고,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란 사회적 관심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과거에는 결혼한 여성이 "어떻게 커리어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고민이 있었다면, 지금은 커리어를 선택한 여성이 "결혼을 왜 선택해야 하는가"로 바뀌고 있다. 기본 전제가 '가정'에서 '커리어'로 옮겨가면서 결혼이 옵션이 돼 가는 실정이다.

신간 「결혼 옵션 세대」는 지난 반세기 여성들의 경험이 오늘날 '커리어는 기본, 결혼은 옵션'이라는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파헤치며 저출생 대한민국을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이「커리어 그리고 가정」에서 사용한 분석 틀을 차용해 세대를 4개 집단으로 나누고, 인터뷰와 데이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살핀다.

책은 각자도생으로 커리어를 개척했던 1집단, 커리어와 가정을 동시에 잡고 버텨야 했던 2집단, 경력 단절이 집단적 경험으로 드러난 3집단, 결혼이 기본값이 아닌 옵션이 된 4집단으로 나눠 설명한다.

먼저 1집단은 1955~1964년생으로, 대졸 여성 자체가 드물었고 경제활동참가율도 낮은 세대였다. 대학교를 나오고 결혼을 하면서도 일을 계속한 여성은 100명 가운데 몇 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사회 제도의 도움도, 롤모델도 없이 커리어를 개척해야 했다.

2집단은 1965~1974년생으로, 고학력 여성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많은 여성이 직장을 갖게 됐지만, 결혼하고 출산하며 가사를 전담하는 전통적 역할로부터 자유롭진 못했다. 책은 이 세대의 삶을 '커리어와 가정의 고단한 공존'이라고 표현한다.

3집단(1975~1984년생)은 고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대중화하고, 20대 후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도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삶의 기본 경로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했고, 상당수 여성이 결혼과 출산·육아를 이유로 커리어를 중단하는 사례가 집단적으로 나타났다.

4집단인 1985~1996년생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안정과 개인의 자립 능력이 중요해진 사회 분위기에서 성인이 됐다. 부모와 선배 세대가 겪은 경력 단절을 지켜보며 성장한 이들에게 커리어는 삶의 기본값이 됐고, 결혼은 당연한 삶의 단계가 아니라 조건이 충족될 때 선택하는 옵션이 됐다.

저자들은 "저출산은 가치관의 변화나 개인주의 확산이 아닌, 부모와 선배 세대의 삶을 지켜본 청년 세대가 내린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며, 이는 결혼과 출산이 당연한 삶의 경로가 아니라 위험과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 선택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베이비부머 2세대인 2집단(1965~1974년생)의 자녀들이 출산의 주체로 등장하는 2030년 무렵까지가 인구 구조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며, 이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결혼과 출산이 다시 선택 가능한 삶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변화는 청년을 설득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과 출산이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선택이 되지 않도록 사회 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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