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빵택시’ 기획자 안성우 기사 “대전은 ‘빵택시’… 광주는 ‘아따! 호랑이 버스’ 어때요?”

광주일보 2026. 5. 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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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출신…여행사 상품 기획자로 은퇴
일본 우동택시 경험 떠올려 아이디어
성심당 등 5~6곳 방문…시간당 3만원
손님 니즈 충족 ‘빵티칸 순례’ 상품 개발
‘빵버스’ 운행 시작…외국인 전용 버스 기획
가수 양요섭 등 탑승자들 ‘빵명록’ 칭찬 가득
핫플·식당 등 소개 지역 홍보 일등공신
성심당 등 대전의 빵집을 찾아가는 ‘대전 빵택시’를 운행,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함평 출신 안성우 기사.
인기절정의 ‘빵택시’를 탔다. ‘대전 빵택시:빵티칸 순례’다. 지난달 27일, 빵 모양 열쇠고리를 가슴에 단 안성우(64) 기사를 만났다. 호기심에 먼저 택시를 살펴봤다. 차량 옆엔 농심 빵부장 광고, 앞부분엔 광동제약 광고가 붙어 있다. 택시에 앉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빵 모양 쿠션, 빵을 들고 있는 소녀 인형, 빵모양 스티커까지 온통 ‘빵 세상’이다. 빵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트레이, 소화제까지 갖춰져 있다.

가수 양요섭 등 택시에 탑승했던 수많은 사람의 열광적인 ‘빵명록’을 읽으며 인기를 실감했다. 미국에서 신혼여행차 온 부부도 있었다. 인터뷰 중 금호타이어 광고건이 확정됐고, 유명 여자 아이돌그룹 멤버 소속사가 유튜브 촬영 일정을 조정하는 전화를 걸어왔다. 5월 1일부터는 18인승 ‘빵티칸 순례버스’가 달리기 시작했고 6월에는 서울에서 일일 ‘빵버스’도 출발한다. 앞으로 인천공항에 외국인 대상 ‘빵버스’도 보낸다는데, ‘택시 기사 한사람’이 만들어낸 일들이 놀라울 따름이다.

빵집 꾸드뱅.
◇‘성심당’ 등 빵지 순례

‘빵택시’는 보통 5~6곳을 방문한다. 우리는 4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성심당 롯데백화점 지점이 시작이다. 비싸기로 유명한 백화점 1층을 차지한 빵집의 규모는 놀라웠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넘쳐났고 계산을 위해 빵쟁반을 든 사람들의 줄이 끝도 없었다. 주말에는 걷기 힘들정도라고 했다. 그는 고객 편의를 위해 대신 줄을 서주기도 한다. 성심당은 모든 공정을 오픈하고 있어 매장을 한바퀴 돌며 빵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지하 1층 성심당 케익 부티크 맞은 편에는 옛날 과자를 파는 가게가 있다. 안 기사는 이 가게에서 ‘옛날 께끼’를 구입해 고객들에게 선물하며 투어를 시작한다.

“이 가게 역시 성심당이 운영해요. 옛 과자와 빵 맛을 잊지 않으려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하고 있는 가게죠. 옛 솜씨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 이게 성심당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정성스럽게 설겆이하는 모습도 꼭 보여드립니다. 고객들은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시죠.”

뛰어난 선구안으로 고른 빵집 소개와 함께 ‘걸출한 스토리텔러’인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어지는 빵집 꾸드뱅은 맛도 맛이지만 주인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동급식카드를 가져오는 아이들에게는 무료로 빵을 나눠주고 연말이면 케익 250개를 시설에 직접 배달한다. 손님들로 가득찬 가게에서 그는 대표상품을 소개하고 새로 나온 빵도 체크한다. 다음 빵집으로 이동하며 꾸드뱅의 인기상품인 에그 타르트를 트레이에 놓고 시식했다.

다음은 그가 ‘진짜 동네 빵집’이라고 소개한 ‘베이커리 설래’. 테이블도 없이, 손님 4~5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설래’에 데려가면 고객들이 작은 로컬 빵집을 소개하는 데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일단 빵을 먹고 나면 모두 만족해한다. 마지막 도착한 곳은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나무 상자’다. 자택 1층을 빵집으로 만들어 바깥 정원을 바라보며 차와 빵을 먹을 수 있다. 주인장은 잠봉뵈르 샌드위치를 추천했는데, 빵택시를 타고 들렀던 지인의 추천을 받았다며 경기도에서 빵주문이 왔다며 놀라워했다.

빵티칸 순례 인증서와 빵명록.
◇ 철저한 준비로 고객 중심 빵택시 운행

“대전이 노잼 도시가 아니라 유잼도시가 됐다” “너무 대접받는 느낌이다” 택시 안 ‘빵명록’에는 승객들의 간증과 사진이 넘쳐난다. 연말까지 예약이 거의 차 있는 빵택시 이용요금은 1시간 당 3만원(최대 4명)으로 보통 3시간~4시간 탑승한다.

이번 취재는 빵택시를 언급한 칼럼을 본 그가 보낸 메일 덕에 성사됐다. 함평 출신인 그는 국민학교 시절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가 주최한 호남예술제에 참가하러 광주를 처음 찾았고, 전일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봤다며 고향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전남대 토목공학과 81학번인 그가 대기업 건설회사를 다니다 여행사에 취직하게 된 사연이 재미있다. 그는 ‘여행박사’ 자유여행 상품을 이용한 후 올린 후기가 눈에 띄어 특채로 입사했다.

“당시는 해외 정보가 많지 않았잖아요. 오사카 자유 여행 일정을 짜서 올렸는데 몇 번 출구로 나와서 이렇게 하라며 사진까지 일일이 찍어 올렸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코스로 여행을 다녀오며 모객이 잘 되자 아예 입사를 제안 받았습니다. 낙하산이라 직원들의 반대가 심했죠. 고객을 갑자기 부장급 자리에 앉혔으니요.(웃음) 우여곡절도 많았지만18년을 근무하고 코로나가 터지기 2개월 전 명퇴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여행업은 큰 타격을 받았는데 운이 좋았죠.”

청주·인천·대전지점장 시절 그는 상품을 기획하고 여행가이드북을 만들며 늘 고객과 함께였다. 당시 순례길 상품 기획을 위해 일본 다카마츠를 찾았던 그는 우연히 ‘우동택시’를 타게 됐다. 우동으로 유명한, 크지 않은 마을에서 운영되는 ‘우동택시’를 보고 지속가능성과 화제성을 감지한 그는 ‘맛’을 모티브로 한 ‘도시형 테마 택시’를 구상했다. 일본 MK 택시 유봉식 회장과의 인연으로 교토 ‘오이시 택시’, 고베의 ‘스위트 택시’ 등을 기획했지만 아쉽게도 상품화되지는 못했다. 이후 칭타오 관광청과 함께 가이드북을 만들며 ‘건배택시’도 구상했다. 퇴직 후에는 중국여행 멀티가이드북 ‘차이나는 맛’과 전주 가이드북을 4개 국어로 제작했다.

성심당이 있는 대전은 ‘빵’을 주제로 한 택시가 적격이라고 생각하고 철저한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법인택시를 운행했다. 빵택시를 운영하려면 대전의 길을 속속들이 알아야했다. 택시의 특성을 아는 것도 중요했다. 36개월간 법인택시를 운영한 후 개인택시를 구입해 드디어 ‘빵택시’가 달리기 시작했다. ‘대전 빵택시’ ‘빵티칸 순례’ 등의 상표·저작권 등록을 하고 변호사도 선임했다.

빵택시는 철저히 손님의 ‘니즈’를 고려한다. 차량을 고를 때도 많은 빵을 실을 수 있도록 트렁크가 넓고 고객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빵 트레이 역시 여러 종류를 구입해 사용하며 최적의 것을 골랐다. 손님의 피드백은 즉각 반영한다. 이제는 보물이 된 ‘빵명록’은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노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으로 마련했고 일회용 접시도 사기 그릇을 사용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현재 그의 목록에 들어 있는 빵집은 30개 정도. 일일이 발품을 팔아 새롭게 발굴한 10곳도 세심히 살펴보는 중이다. 선정 조건은 . 맛, 가격, 서비스다. 고객의 동선을 고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무리 맛있어도 불친절한 집은 바로 목록에서 삭제한다. 방문하기 좋은 시간, 솔드 아웃 시간 등을 고려해 일정을 조정하며 택시를 운영한다.

안성우 기사가 운영했던 ‘뷰티택시’
◇지역 홍보 일등공신

빵택시 고객들은 1인당 평균 20만원~ 30만원치 빵을 구입한다. 숙박비와 식비까지 합치면 대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그는 대전 홍보의 일등 공신이다. “대전 여행 중 이보다 재미있는 건 없었다”는 인증글이 넘쳐난다. ‘빵택시’는 단순히 빵집 방문에 그치지 않는다. 손님들의 요청으로 자연스레 식당과 카페, 대전의 핫플, 사진 명소 등을 소개한다.

투어 후에는 ‘귀하는 대한민국 빵 성지 대전 빵티칸 순례에 참가해 배불리 맛있게 먹으며 훌륭히 마쳤음을 인증합니다’라고 적힌 ‘인증서’를 받아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데 될 수 있으면 대전시청 마스코트 앞에서 인증서를 전달한다. 대전의 상징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의 아이디어에 놀랐다. 1년 넘게 운영됐던 ‘뷰티택시’는 딸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보통 출근 시간에 늦을 때 택시를 타게 되잖아요. 머리만 감고 탈 때면 택시에서 화장을 하는데 딸이 운전기사님 보기 민망하고 눈치가 보인다는 거에요. 그래서 편하게 화장할 수 있는공간을 만들어보자 했죠. 거울을 부착하고 고데기까지 비치해 두었습니다. 인기가 엄청 많았죠.”

신혼 때 10년 가까이 살았던 부산에서는 ‘밥묵었나 갈매기 택시’를 구상중이다. 자연스레 광주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에 화제가 된 창억떡, 상추튀김, 오리탕, 육전 등 음식이 자랑인 광주는 택시 대신 버스를 운영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망월동이나 구도청 등 5·18 관련 장소와 함께 광주 인근 카페 등 젊은 세대가 찾을 만한 여행 대상지를 꾸준히 찾아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빵택시를 젊은 친구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어른 세대로 미안할 때가 많아요. 늘 젊은 친구들과 함께하니 언제나 즐겁습니다. 재미를 즐기는 이 친구들의 파급력이 커요. 기아 타이거즈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광주 뿐 아니라 전국에 기아팬들이 얼마나 많아요. 일단 안내방송을 오리지널 전라도 사투리로 하면 어떨까요. 젊은 친구들 뒤집어질 걸요. 대전은 사투리가 특징이 없어서 시도도 못해요(웃음) 이제 통합이 되니 광주 인근 멋진 카페들도 함께 엮고요.”

재미있는 빵 관련 소품과 빵을 먹을 수 있는 트레이, 소화제까지 비치된 빵택시 내부.
그는 아이디어를 함께 나눌 파트너를 고를 때 열정을 본다. 그 열정은 배고픔, 절실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자금만 투자하는 이는 사절이다. 행정기관과도의 협업에도 신중한 편이다. 자칫 관에 의존할 수 있고, 논의 과정을 거치며 결과물이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업에서 돈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농사 지을 때 씨 뿌리고 피뽑고 거름주며 땀을 흘려야 하듯 사업도 그래야하는데 모두 그 과정은 생략해버리죠. 아이디어를 실행시키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수적이고 피와 땀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칫 관은 몇만명이 왔는지, 경제적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에만 집착할 수 있어요. 지원이 없더라도 성공하는 공식을 만들어야해요. 오감을 활용해 많이 보고 체험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기의 지식과 경험에 속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어설픈 벤치마킹’은 독입니다.”

그는 ‘함께 나누는 마음’도 중요하게 여긴다. 발달장애인과 돌보미, 조손가정 등은 빵택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빵명록은 전자책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결국 여행은 추억인데 손님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겠죠. 빵택시를 타러 대전에 오는 게 한국인, 나아가 전 세계인의 버킷리스트가 되는 게 꿈입니다. 전국 여러 도시에서 이런 일이 펼쳐지기를 바라고요. 안성우 브랜드를 통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전라도 사투리가 흘러나오는 ‘버스’를 타고 맛집에도 가고, 챔피언스필드에도 가는 상품이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아따! 호랑이 버스’, ‘오메! 호랑이 버스’를 제안했다.

/대전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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