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한국 선박 폭발과 함께 기관실서 화재…‘균형외교’ 펼치던 정부 ‘신중’

호르무즈 해협 대치 격화 중 발생
이란에 ‘피격 가능성’ 제기에도
미 동참 요청에 “검토 중” 유보적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 참여를 압박했지만 정부는 신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사고 원인이 명확해져야 미국 주도 연합체나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미·대이란 양자외교를 병행하는 정부가 균형적인 입장을 취하며 긴장 고조 국면을 관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4일 오후 8시40분쯤(한국시간) 호르무즈 해협 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한국 해운사 HMM이 운용하는 파나마 국적 화물선 ‘나무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폭발과 화재는 기관실 좌현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들이 즉각 진화 작업에 나서 4시간 만에 불길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에는 한국 국적 선원 6명과 외국 국적 선원 18명이 탑승 중이었다. 프로젝트 프리덤이 개시되고 이란의 물리적 대응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 발생한 폭발이라 피격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사고 다음날인 5일 폭발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 마련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이날 낮 12시30분부터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로 호르무즈 해상 선박 화재 관련 점검 및 대처를 논의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외교부도 이날 0시에 김진아 2차관 주재로 중동 지역 7개 공관 및 해양수산부 참석하에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회의를 열었다. 청와대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두고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라는 원칙, 한반도 대비태세, 국내법 절차 등을 감안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와 외교부도 미국이 제안한 해양자유연합(MFC)과 프로젝트 프리덤에 대한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란 공격에 의한 피격으로 특정될 경우 외교부 차원에서 항의성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이 제안한 협의체 가입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이란과는 선박의 호르무즈 통항 문제를, 미국과는 통상·안보 등 다양한 현안을 다루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로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국면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한국 선박을 빼낼 뚜렷한 방안이 없는 점도 정부에는 부담이다. 청해부대를 비롯한 군 전력의 투입도 국회 동의와 준비 기간이 필요할뿐더러 현지 위험성을 고려하면 실행이 쉽지 않다. 그간 정부는 호르무즈 연합체에 참여하더라도 이란전이 종전된 이후에야 군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제안한 MFC나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의 참여 여부는 이번 사고 원인과 타국의 움직임 등 추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측이 제안한) 군사작전 참여는 이란과의 관계 악화, 한국 선박·국민에 대한 추가 위협, 국내 정치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명확한 사실관계가 규명되기 전에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대응을 요구받으면 한국이 위기 판단의 주도권을 잃고, 미국의 정치적·전략적 프레임에 끌려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연주·김원진 기자
play@kyunghyang.com
강연주·김원진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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