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아로새김]인간의 길, 기계의 길

공자의 어록인 <논어>는 중국 문명을 빚어낸 문명의 텍스트다. 저 옛날에만 그러했음이 아니다. 사회주의 중국이 1990년대 중반부터 공자를 위시한 유교의 가치를 적극 활용해왔으니, <논어>는 오늘날의 중국을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다. 줄잡아 2500년 넘는 세월 동안 문명을 빚어오고 있는 셈이다.
종교의 경전을 제외하면 한 권의 책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온 예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도 얼마 되지 않는다. 도대체 1만여자밖에 안 되는 <논어>에 어떤 힘들이 담겨 있기에 이러한 역할을 줄곧 수행해올 수 있었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주지하듯이 공자가 내세운 최고 덕목은 인(仁), 그러니까 어짊이다. 많을 때는 3000명이나 됐다는 제자 중 공자가 단연 톱으로 꼽은 이는 안회였다. 다만 공자는 그러한 안회더러 어진 상태를 3개월 정도 유지할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어짊에 대하여 사뭇 엄격하고 단호했음이다. 그런데 안회조차도 3개월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는 어짊에 대하여 공자는 “어짊이 어디 먼 데 있더냐? 내가 어질고자 하면 어짊은 곧 내게 이른다”(<논어>)고 단언했다.
관건은 나에게 있다는 얘기다. 어짊 같은 최고의 경지도 나의 마음먹기에 따라 쉬이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맹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예 “어짊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규정한 후 이러한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고까지 말했다. 결국 어질고자 하는 마음먹기가 인간다움을 결정하는 핵심이었던 셈이다.
이치가 이러하니 우리 다 같이 어질어지고자 마음먹자는 얘기가 아니다. 빤한 얘기지만 마음먹기의 힘에 다시금 주목해보자는 말이다. 장자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계를 사용하면, 그렇게 아무런 마음먹음도 없이 무작정 기계를 사용하다 보면, 편리함에 젖어들어 자신도 모르게 기계를 닮은 마음을 지니게 된다고 일깨웠다. 자연이 준 본성을 잃고는, 인간이 아닌 기계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경고였다.
인간은 이처럼 마음먹기에 따라 인간다움의 기본인 어짊의 길을 걸을 수도 있고, 인간다움을 상실한 채 기계의 길을 걷기도 한다. 갈수록 인공지능(AI)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는 지금, 곱씹어볼 만한 통찰이다.
김월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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