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청래 오빠, 정우 오빠"

김현우 기자 2026. 5. 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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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HotSpot)'
억지 친근함 역풍 주의
아이 향한 무리수 논란
유체이탈 사과에 찬물
절제된 존중이 필요해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유권자가 원하는 건 억지 친근함이 아닌 인격체에 대한 절제된 존중이다. /챗GPT 제작 이미지

동네 헬스장, 40대 후반 관장이 갓 스무 살 된 여성 회원에게 스쿼트를 가르치다 불쑥 말했다. "관장님이라고 하면 딱딱하잖아? 퍼스널 트레이닝(PT) 받을 때는 벽 허물고 오빠라고 불러." 문턱을 낮추고 친근감을 주려는 영업 전략이었을 것이다.

여성 회원은 그날로 수강권을 전액 환불했다. 동네 맘카페·리뷰 창에는 '오빠 호소인 출몰 주의'라는 경고문이 붙었다. 관장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라며 억울했을지 모른다. 오빠라는 호칭은 자연스레 우러나올 때나 달콤하지 강요하는 순간 스릴러가 된다.

정청래 대표·하정우 후보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를 앞에 두고 벌인 촌극은 정치권의 현실을 보여준다. 트랜서핑(Transurfing)의 렌즈를 끼고 이 코미디를 들여다보자. 우주에는 '잉여 포텐셜(Excess Potential)'이라는 게 있다. 무언가에 과도한 의미나 욕심을 부여할 때 생기는 긴장 상태다.

정 대표는 48세 하 후보를 '젊고 싹싹한 청년'으로 포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욕망이 현장 마이크를 타고 팽창해 1학년 아이에게 '오빠'라고 부르라며 무리수를 둔 거다. 우주의 법칙은 살아있다. 과도한 에너지가 쏠리면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균형력(Balancing Force)이 작동한다. 억지웃음과 강요된 친근함은 이내 조롱·캡처·밈(Meme)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지난 3일 부산 구포시장 유세 중 만난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말하고 있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하정우 후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아동의 정치적 도구화

하 후보의 대처는 씁쓸함을 더한다. 당 대표가 멍석을 깔아주니 정치 신인 입장에선 끊어내기 애매해 "오빠"라고 맞장구를 쳤다. 선거판은 자기 이름 석 자 걸고 뛰는 냉혹한 링이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남의 리듬에 끌려간 대가는 가혹했다. 그는 순식간에 부적절한 장면의 주연으로 전락했다.

가장 서늘한 지점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정치 쇼의 소품으로 소비됐다는 사실이다. 아이는 정치적 함의를 이해하는 주체가 아니다. 아이를 도구로 삼는 순간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권력을 가진 남성 정치인들의 농담·억지 호칭·아이의 망설임이 한 앵글에 잡히며 '아동의 정치적 도구화'라는 불편한 다큐멘터리가 됐다.

책임 회피와 변명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부은 건 사과문이다.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유체이탈 화법이다. 논란의 중심에 아이를 끌고 들어간 건 본인들인데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트랜서핑에서 사과는 꼬인 에너지를 푸는 마법이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엎드리면 펜듈럼의 에너지는 흩어진다.

비판은 피하고 싶은 회피는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이다. 정치판의 대형 사고는 타인의 감수성에 대한 무감각에서 싹튼다.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왜 동네 남자아이들한테는 '형'이라고 불러보라고 안 했는지, 왜 하필 어린 여자아이에게만 '오빠'였는지 묻고 싶다.

유권자의 마음을 훔치고 싶다면 과도한 스킨십과 억지 호칭부터 버려야 한다. 필요한 건 초등학생일지라도 인격체로 대하는 절제된 존중이다. 다음 유세 땐 정직하게 '동네 아저씨' 명찰을 달고 나가길 권한다. 억지 오빠보다 그게 안전하다.

한편 지난 3일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구포시장 방문 과정의 상황과 관련해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아이의 부모님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정우 후보도 이날 캠프를 통해 "오늘 지역 주민을 만나는 과정에서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이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부모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욱 조심해서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민분들을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트랜서핑=현실을 통제하는 대신 가능성의 공간에서 원하는 결과를 선택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이론이다.

☞잉여 포텐셜=어떤 대상에 과도한 중요성이나 욕망을 부여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 불균형 상태를 뜻한다.

☞펜듈럼=사람들의 사념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독자적인 에너지 구조체로 대중을 조종하려는 성질을 가진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