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호흡기 끼고 말로 유언남기신 아버지’…‘상속’ 효력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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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호흡기를 착용할 정도로 호흡이 어려운 상태에서 남긴 병상 유언의 효력을 둘러싸고 은행과 소송전을 벌인 상속인이 약 4년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판결을 받았다.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구수증서 유언(말로 남긴 유언)의 효력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망인이 의식이 또렷해 재산과 유증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녹음 등 다른 방식으로도 유언이 가능했는데 굳이 '구수증서 유언' 방식을 택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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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호흡기를 착용할 정도로 호흡이 어려운 상태에서 남긴 병상 유언의 효력을 둘러싸고 은행과 소송전을 벌인 상속인이 약 4년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판결을 받았다.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구수증서 유언(말로 남긴 유언)의 효력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원래 유언은 자필·녹음·공정증서 등의 방식으로 남겨야 한다.
지난 4일 대법원 3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 씨가 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고인 B 씨는 2021년 4월23일 병실에서 변호사인 증인과 수증자인 A 씨가 입회한 가운데 ‘자신의 전 재산을 A 씨에게 증여한다’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당시 A 씨는 유언을 받아 적어 대신 낭독했고, 변호사가 이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녹화 영상 속 B 씨는 산소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착용한 채 예금 채권 계좌번호 등을 어눌한 발음으로 힘겹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체 상태가 유언의 전체 취지를 말하긴 어려웠던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B 씨는 유언 후 사흘 뒤 숨졌다.
A 씨는 유언일로부터 7일 뒤 서울가정법원에 유언 검인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은행은 A 씨가 청구한 예금 채권 9600여만 원에 대한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 씨는 2022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재판에서는 유언을 무효로 봤다. 망인이 의식이 또렷해 재산과 유증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녹음 등 다른 방식으로도 유언이 가능했는데 굳이 ‘구수증서 유언’ 방식을 택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였다. 민법은 질병 등 급박한 사정이 있을 때 구수증서 유언을 허락한다. 또 영상 속에선 유언의 연월일이나 증인의 성명·정확성 등이 녹음되지 않아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망인이 일부 계좌번호조차 겨우 기억에 의존해 어눌하게 말할 정도였다”며 “의사능력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녹음 방식의 유언이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질병 등으로 인해 다른 방식의 유언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구수증서 유언이 허용될 여지가 있다”며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당시 건강 상태와 실제 유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하급심이 유언 방식의 ‘보충성’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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