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예술·교육 결합한 미래형 정원도시 모델 제시 이병철 원장 "기후·생태 체험 가능한 교육형 관광지로 성장"
정원 조성을 총괄한 이병철 원장(산이정원 대표이사. 이학박사)은 “사람이 살지 않고 낙후된 땅끝 해남에서 자연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정원은 단순한 관람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교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준원 기자)
해남 산이정원 방문자센터 중앙에 조성된 설치작가 문민의 작품. (사진=김준원 기자)
해남 산이가든의 맞이정원에 노란 금작화가 관람객들을 반기고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하늘마루에 설치된 유영호 작가의 '브리지 오브 휴먼' 작품은 몸을 숙여 스스로 다리 역할을 하는 거인의 두 팔 위에 올라 앉은 42명의 인간 군상을 배경으로 멋진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편집자 주]
전라남도 곳곳에는 자연과 사람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탄생한 민간정원들이 숨어 있다. 특히 조선시대 전통정원인 담양 소쇄원을 비롯해, 강진의 백운동정원, 완도 보길도의 세연정이 전남을 넘어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간정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전남 동부권의 순천만국가정원이 10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면서 정원의 수준을 한층 끌어 올렸다면, 서부권에는 해남의 산이정원·문가든·포레스트·비원 4인방을 비롯해서 신안의 파인클라우드, 완도의 바하정원·아내의정원, 진도의 진도휴식 등 8개 정원이 남도예술정원으로 선정돼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남도는 10년간 1조3000억원을 투입해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함과 동시에 전남 관광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방송 MTN뉴스는 정원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남도예술정원 협의체에 속한 8개의 대표 정원을 네 차례 나누어 기획특집으로 소개한다. 이번 산이정원은 3번째로 게재했다.
산이정원에는 어린이들의 승마 체험과 놀이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생명의 나무는 홍가시나무와 황금사철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대지의 여신이 손을 펼쳐 나무를 길러낸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물 건너 어린왕자가 서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이병철 산이정원 원장이 사진 핫플레이스라며 사진 찍기를 강권(?)해 김준원 기자(우측)가 동반했던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 바다가 정원이 된 '산이정원' "상상 그 이상이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에 자리한 ‘산이정원’이 남도 정원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다를 메운 간척지 위 황무지였던 공간이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정원으로 재탄생하며 관람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산이 정원이 된다'라는 뜻의 산이정원은 2024년 5월 문을 연 전남 최초 사립식물원으로, 16만5480㎡ 규모에 500여 종, 17만 그루의 수목이 식재돼 있다. 이곳은 솔라시도 프로젝트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미래세대'가 살아갈 '미래환경'을 꿈꾸는 정원이라는 두 가지 비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산이정원은 맞이정원과 물이정원, 약속의 정원과 서약의 정원, 하늘마루, 나비의 숲, 소리의 정원, 노리정원, 날씨사냥꾼의 정원 등 13개 테마공간이 조성돼 있으며, 카페와 전시공간 등 편의시설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가장 먼저 물결 형태의 동선과 식재 구조가 인상적인 ‘맞이정원’을 지나 자연 호수를 배경으로 한 ‘물이정원’으로 이어진다.
이어 어린이 체험 중심 공간인 ‘노리정원’과 기후 변화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날씨사냥꾼의 정원’이 눈길을 끈다. 특히 날씨사냥꾼의 정원은 비·바람·햇빛을 ‘사냥’한다는 개념으로 자연 순환을 배우는 교육형 콘텐츠로 구성돼 가족 단위 방문객의 호응이 높다.
산이정원의 또 다른 매력은 예술과의 결합이다. 가장 먼저 방문자센터 중앙에는 설치미술가 문민 작가의 작품이 방문객을 반기고, 조각가 유영호의 ‘브리지 오브 휴먼’과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 등 다양한 조형물이 정원 곳곳에 배치돼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너른 잔디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늘마루에 설치된 '브리지 오브 휴먼' 작품은 몸을 숙여 스스로 다리 역할을 하는 거인의 두 팔 위에 올라 앉은 42명의 인간 군상을 배경으로 멋진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마치 하늘을 향해 비상하려는 듯한 모습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연결과 소통을 꿈꾸고 있는 듯해, '미래 정원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산이정원의 설립이념과도 연결돼 있다.
이곳의 상징적 공간인 ‘약속의 정원’은 탄소중립 실천을 주제로 조성됐다. 2022년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이 직접 나무를 심어 미래 세대와의 약속을 담아낸 장소다. 또한 후박나무 숲을 중심으로 형성된 ‘나비의 숲’은 청띠제비나비 서식지로, 자연 생태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산이정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5년 강소형 잠재관광지’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아직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관광지로, 향후 남부권 관광 활성화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원 조성을 총괄한 이병철 원장(산이정원 대표이사. 이학박사)은 “사람이 살지 않고 낙후된 땅끝 해남에서 자연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정원은 단순한 관람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교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1996년에 경기도 가평에 약 10만평 규모의 '아침고요수목원'을 스승인 한상경 교수와 함께 조성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해남은 땅끝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봄이 시작된는 곳도 여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남 산이정원·문가든·포레스트·비원 4인방을 비롯해서 신안 파인클라우드, 완도 바하정원·아내의정원, 진도 진도휴식 등 8개 정원이 소속된 '남도예술정원 협의체'는 전남 남부권 소도시 여행권역 2권역(신안·진도·해남·완도·목포)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지자체, 관광사업체, 공공기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 협력 플랫폼으로 2025년 10월 출범했다.
순천만국가정원이 전남 동부권을 대표한다면, 산이정원은 서남권을 대표하는 정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바다를 메워 만든 광활한 대지와 자연 친화적 설계, 그리고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운 산이정원이 남도 관광 지형을 어떻게 바꿔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