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경계 허문 '문가든'·사계절 비밀 담은 '비원'[전남 민간정원 르포②]

김준원 2026. 5. 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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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식 대표 "값비싼 조경보다 자연스러움이 감동 더 크다"
김미정 비원 대표 "조용하고 깊은 쉼이 있는 비밀 공간"
문홍식 문가든 대표(1961년생)는 “정원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 풍경 전체가 하나의 정원이 되는 것”이라며 “자연과 이어진 느낌이 방문객에게 편안함을 준다”고 말했다. (사진=김준원 기자)

문가든 카페를 지나면 잘 정돈된 산책로가 보인다. (사진=김준원 기자)

어둑해질 무렵 문가든 카페에서 바라본 오류제.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담겼다. (제공=문가든)


[편집자 주]
전라남도 곳곳에는 자연과 사람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탄생한 민간정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 전통정원인 담양 소쇄원을 비롯해 강진 백운동정원, 완도 보길도의 세연정은 전남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동부권의 순천만국가정원이 1000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정원 관광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서부권에서는 해남 산이정원·문가든·포레스트·비원을 비롯해 신안 파인클라우드, 완도 바하정원·아내의정원, 진도 진도휴식 등 8곳이 남도예술정원으로 선정돼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전남도는 10년간 1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정원 관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방송 MTN뉴스는 남도예술정원 협의체 소속 대표 정원 8곳을 4회 중 두 번째로 해남 문가든과 비원을 소개한다.

문가든은 저수지 오류제가 감싸고 뒤로는 흑석산이 병풍처럼 둘러선 풍경이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김준원 기자)

장애자와 노약자들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휠체어와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문가든의 정원 모습. (사진=김준원 기자)


■ 해남 문가든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러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전남 해남군 계곡면에 위치한 ‘문가든’은 자연과 정원의 경계를 허문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수지 오류제가 감싸고 뒤로는 흑석산이 병풍처럼 둘러선 풍경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떠올리게 한다.

지역 최초 민간정원으로 꼽히는 이곳은 황폐지였던 땅을 50여 년에 걸쳐 가꿔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정원으로 평가된다.

약 1만㎡ 규모의 정원에는 팽나무와 동백, 매화 등 100여 종 7000여 그루의 수목이 식재돼 사계절 각기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비가 내린 뒤 검은 바위가 드러나는 ‘흑석’과 눈 덮인 ‘백석’ 풍경은 이곳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정원 내부는 산책로와 데크길, 숲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방문객이 자연 속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일부 구간에서는 정원과 저수지의 경계가 흐려지며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져 ‘풍경형 정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카페와 온실, 포토존 등도 갖춰 체류형 관광지로서 기능을 강화했다.

카페를 지나면 다양한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정원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정원에서 기른 꽃을 활용한 가든 에이드와 함께 딸기라떼, 말차라떼, 아메리카노 등 음료도 인기다.

또한 휠체어 이용객과 노약자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산책로를 정비하고 휠체어를 비치하는 등 접근성을 높였다. 호수 위 카약 체험과 포토존, 휴식 공간도 마련돼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문가든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끌어안은 정원’으로 평가받는다. 인위적인 조경보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철새가 찾는 오류제와 다양한 식생은 생태적 가치도 더한다.

문홍식 대표(1961년생)는 “정원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 풍경 전체가 하나의 정원이 되는 것”이라며 “자연과 이어진 느낌이 방문객에게 편안함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인위적으로 조성한 호수와 값비싼 나무는 감탄을 이끌어낼 수는 있지만 감동까지 주기는 어렵다”며 “자연스러움이야말로 가장 어렵지만 가장 큰 가치”라고 강조했다.

문가든은 해남 1호 민간정원이자 전라남도 제18호 민간정원으로, 2021년 전라남도 예쁜정원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사계절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비원 카페에서 바라본 정원 모습. (사진=김준원 기자)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28호인 해남의 비원. (사진=김준원 기자)

비원의 카페 내부. (제공=비원)


■ 해남 ‘비원’…사계절 꽃과 숲 어우러진 비밀정원

전남 해남군 삼산면에 위치한 민간정원 ‘비원(秘園)’ 역시 남도예술정원 협의체 소속 정원이다. 이름처럼 자연 지형을 살려 조용하고 깊은 쉼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 조성을 시작해 2023년 6월 개원한 비원은 2024년 12월 산림청 민간정원으로 등록됐으며, 전라남도 제28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됐다. 같은 해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약 3만3000㎡ 규모의 정원에는 102종 6841그루의 수목이 식재돼 있다. 팽나무와 느룹나무, 철쭉, 동백, 수국, 장미 등이 어우러져 계절마다 다양한 색감을 선보인다.

정원은 한울정원, 별빛전망대, 바람의정원, 구룡폭포, 동백정원, 비밀의숲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곳곳에 조성된 연못과 산책로가 여유로운 동선을 만든다. 특히 한울정원과 바람의정원은 주변 들녘 풍경과 어우러져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여름에는 수국이 청량함을 더하고 겨울에는 붉은 동백이 색감을 채우며 사계절 내내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원은 김미정 대표가 오랜 시간 직접 나무와 꽃을 식재하며 가꿔온 정원이다. 방문 당일에는 출장 중인 김 대표를 대신해 아들 고동현 매니저가 관람객을 맞이했다.

고동현 매니저는 “비원은 화려함보다 조용한 쉼에 초점을 맞춘 정원”이라며 “찾는 이들이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공간을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방문객은 “숨겨진 숲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차분해진다”며 “계절마다 다시 찾고 싶은 곳”이라고 전했다.

김미정 비원 대표를 대신해 아들 고동현 매니저가 관람객을 맞이했다. 고동현 매니저는 “비원은 화려함보다 조용한 쉼에 초점을 맞춘 정원”이라며 “찾는 이들이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공간을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준원 기자)



김준원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