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쟁이 끝나도 왜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 김보성(창원시 마산하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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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후속작인 '섬광의 하사웨이 2부'가 개봉했다.
이 과정에서 전쟁은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반복해서 만들어지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굳어진다.
과거의 영웅 아무로 레이는 기적으로 전쟁의 결과를 바꿨지만, 그가 지켜낸 것은 결국 부패한 체제의 수명을 잠시 늘려준 것에 불과했다.
전쟁을 지탱하던 방식들은 종전 선언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남아 끈질기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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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후속작인 ‘섬광의 하사웨이 2부’가 개봉했다. 아직도 로봇 만화냐고 묻는 이들에게, 나는 우주세기 100년의 역사를 담은 이 이야기를 권하고 싶다. 여기에는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현실이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반세기 가까이 살아남은 이유는, 가상의 미래를 빌려 우리 시대를 그대로 비추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작에서 묘사된 다바오 공항의 모습을 기억한다. 무장 경찰들이 시민을 강제로 끌고 갈 때, 고위 관리들은 그 곁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샴페인을 마신다. 이 장면은 국가가 허락한 평범한 일상으로 그려진다. 전쟁 시기의 억압이 평화로운 일상에 그대로 녹아든 결과다. 이번 2부는 그 잘못된 질서가 당연해진 세상에서, 주인공 하사웨이가 내지르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담고 있다.
이 구조를 유지하는 힘은 결국 돈이다. 전쟁은 한 번 시작되면 멈추기보다 스스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가진다. 무기는 계속 만들어지고 계약은 이어지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엮인다. 이제 갈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된다. 이 과정에서 전쟁은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반복해서 만들어지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굳어진다. 한 번 형성된 돈의 흐름은 쉽게 끊기지 않고, 오히려 이익을 위해 다음 갈등을 계속해서 찾아낸다. 적과 아군이 똑같은 제조사의 마크가 찍힌 무기를 쓰는 풍경은, 이 비극이 멈추지 않는 거대한 사업임을 증명한다. 방산업체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가 양쪽 모두에 무기를 팔아 이윤을 독점하는 방식은 그래서 낯설지 않다.
권력은 총칼로 사람을 누르는 것을 넘어, 이름과 의미를 자기들 마음대로 바꾸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자신들을 ‘질서’로 포장하고 저항하는 이들에게는 ‘반역자’라는 딱지를 붙여 그들의 목소리를 지워버린다. 하사웨이에게서 이름을 빼앗고, 가짜 영웅을 내세워 자신들의 입맛대로 역사를 다시 쓴다. 권력이 진실을 어떻게 왜곡하고 체제에 반하는 목소리를 어떻게 지우는지 보여주는 이 모습은, 하사웨이가 왜 외로운 싸움을 선택했는지 잘 보여준다.
과거의 영웅 아무로 레이는 기적으로 전쟁의 결과를 바꿨지만, 그가 지켜낸 것은 결국 부패한 체제의 수명을 잠시 늘려준 것에 불과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기득권의 벽 앞에서 하사웨이는 무력 저항 외에 다른 길을 찾지 못했다. 그를 벼랑 끝으로 밀어낸 것은 개인의 이상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구조였다. 영웅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기적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버텨내야 할 현실의 무게였다. 하사웨이가 마주한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영웅이 지켜낸 체제가 낳은 또 다른 부조리였던 셈이다.
전쟁은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매듭지어지지 않는다. 그 끝에 남는 것은 소모전 속에서 부서진 일상과 그 비극을 가능하게 했던 단단한 구조뿐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지탱하던 방식들은 종전 선언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남아 끈질기게 이어진다. 결국 우리가 반복하는 것은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김보성(창원시 마산하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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