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같은 칼로리라도 밤에 먹으면 살 더찌는 이유

김희준 청주 봄온담한의원 대표원장 2026. 5. 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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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희준 청주 봄온담한의원 대표원장

같은 칼로리라도 밤에 먹으면 살이 더 찌는 이유 "언제 먹느냐"가 "얼마나 먹느냐"만큼 중요하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어차피 칼로리가 같으면 밤에 먹어도 상관없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논리적으로도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최신 연구들은 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같은 칼로리를 먹더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이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2024년 본드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명확했다. 칼로리 섭취를 아침 쪽으로 집중한 그룹이 늦은 시간에 먹은 그룹보다 체중이 평균 1.75kg 더 줄었고, BMI는 1.06포인트, 허리둘레는 1.77cm 더 감소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연구는 더욱 충격적이다. 비만 여성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동일한 총 칼로리를 제공했다. A그룹은 아침에 700kcal, 저녁에 200kcal를, B그룹은 반대로 아침에 200kcal, 저녁에 700kcal를 먹었다. 12주 후, A그룹은 8.5kg이 빠졌고 B그룹은 3.6kg이 빠지는 데 그쳤다. 총 칼로리가 동일했음에도 아침에 더 많이 먹은 쪽이 두 배 이상 더 감량한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핵심은 우리 몸의 생체리듬, 즉 서카디안 리듬에 있다.
낮 시간, 특히 오전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높고 음식을 섭취했을 때 열로 전환되는 효율도 뛰어나다. 반면 해가 지면 신체는 수면을 준비하며 에너지 소비율을 낮추고, 혈당 처리 능력도 떨어진다. 스페인 무르시아 대학 연구에서는 같은 식사를 오후 1시에 먹었을 때와 오후 5시에 먹었을 때를 비교했는데, 늦은 시간 식사는 기초 에너지 소모량과 식후 에너지 소모가 모두 감소하고, 탄수화물 연소율도 낮아졌다. 쉽게 말해, 늦은 밤에 먹을수록 몸은 칼로리를 태우는 대신 지방으로 저장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호르몬 변화도 결정적이다.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저녁 늦게 식사하면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날씬 호르몬)은 줄고,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뚱보 호르몬)은 늘어난다. 배고픔이 더 강하게 느껴지므로 자연스럽게 더 먹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더 나아가, 늦은 시간 섭취는 지방세포에서 지방을 합성하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고, 지방을 분해하는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밤에 먹어도 칼로리만 같으면 괜찮다는 논리는 또 다른 이유로도 무너진다. 애초에 밤에는 같은 양을 먹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보건복지부와 노스웨스턴 의대 연구에 따르면, 수면 시간에 가까울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먹는다. 밤 11시부터 새벽 5시 사이에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하루 약 500칼로리를 더 섭취했다. 게다가 야간에는 지방과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굳이 연구를 들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사실이다. 밤에는 치킨과 피자가 더 당기지, 샐러드가 당기지는 않는다.
이처럼 밤 늦게 더 많이, 더 나쁜 음식을 먹게 되는 현상을 '야식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야식을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연구는 해가 지는 오후 7~8시 이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야식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아침을 잘 먹는 것이다. 텔아비브 대학병원 당뇨병 센터 연구에 따르면, 아침에 600kcal를 섭취한 그룹은 300kcal를 섭취한 그룹보다 전반적인 식욕이 줄었고, 특히 단 음식에 대한 욕구가 현저히 감소했다. 결국 답은 단순하다. 해가 떠 있는 동안 먹고, 해가 지면 멈추는 것. 수천 년간 인류가 그래 왔던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과학적인 다이어트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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