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민들레 홀씨처럼
경기일보 2026. 5. 5. 19:06

오월이다. 산과 들은 온통 초록 물결이다. 밀밭과 청보리밭이 온 들을 덮던 옛 시절이 그립다. 바람이 불면 청보리밭은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보리밭 이랑엔 뽕잎과 오디가 흐드러지고 밭 가장자리 감나무는 가장 늦게 잎을 피웠다. 막 돋아난 연둣빛 잎은 눈부신 햇빛을 올려놓고 싱싱한 윤기를 발산한다. 오월, 아름답다는 형용사는 천지에 묻어 있다. 감꽃 피던 담장 밑에 난초가 푸르게 돋아났던 고향 집. 산나물 뜯던 어머니는 몇 해 전 집을 비웠지만 산등성이 외로운 뻐꾸기 소리는 지금도 골짜기를 오갈 것이다.
길가의 민들레가 노란 꽃을 피웠다. 도시 주변에 핀 꽃은 대부분 서양민들레라고 하는데 색깔이 선명하고 줄기가 굵다. 재래종은 산자락 외딴곳에 밀려난 터다. 꽃과 나무는 대부분 곤충이나 바람에 의해 수분이 이뤄진다. 은행나무도 수나무에서 꽃가루가 날아와 암나무 꽃에 수분해 수정이 이뤄진다. 민들레 또한 바람에 의해 수많은 홀씨가 날아가 번식한다. 민들레가 바람이 필요하듯 끈질긴 저항의 힘으로 시와 노래가 증식하는 것일까.
짓밟혀도 끝내 일어나는 민초 같은 시 한 편 생각난다. ‘민들레처럼 살아야 한다./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대도/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내가 가야 할 저 투쟁의 길에/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민들레처럼.’ —박노해 ‘민들레처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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