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수원에서 만나는 남북 여자축구팀

1971년 일본 나고야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냉전의 벽이 높던 시절, 어색한 장면이 발생했다. 대회 기간 중 미국 선수 글렌 코언이 중국팀 버스에 올라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선수 좡쩌둥은 수건 선물을 건네고 사진을 찍었다. 우연한 만남은 1년 뒤 미·중 ‘핑퐁 외교’로 개화했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은 세계 최강 중국을 함께 무너뜨렸다. 우승 메달을 건 현정화와 리분희는 이름이 새겨진 ‘우정반지’를 나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고 ‘평화의 아이콘’이 됐다.
오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 전광판에 북한 여자축구팀 명칭이 켜진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12년 평양을 연고로 창단한 신흥강호다. 소비재 기업 ‘내고향’의 후원을 받는 기업형 구단으로, 리유일 전 북한 여자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21~2022시즌 북한 1부리그를 제패했다. AFC AWCL(아시아축구연맹 여자아시아챔피언스리그) 예선에서 3전 전승, 23골 무실점으로 본선에 직행했다. 지난해 수원FC 위민을 3대 0으로 꺾기도 했다. 두 팀이 이번 AWCL 준결승에서 다시 마주 선다. 북한 스포츠팀의 한국 원정은 8년 만이다. 2018년 12월 인천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가 마지막이었다.
20일 준결승에 이어 23일 결승까지 모두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다. 남북 중 한 팀이 호주 멜버른시티-도쿄 베르디 경기의 승자와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흥행이 관건이다. 최근 5년간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의 평균 관중수는 900명 수준에 그친다. 수원FC 위민과 대한축구협회는 2천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역사적인 남북 경기를 나머지 4천~5천여 좌석을 비워둔 채 치를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긴다. 국민들이 함께하는 ‘모두의 축제’로 만들 묘책이 필요하다.
스포츠는 때로 정치와 외교가 열지 못하는 문을 먼저 두드린다. 팽팽한 긴장 관계에서도 교류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남북 선수들이 한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만큼은, 적대의 언어는 사라진다. 축구공은 둥글다. 그래서 정치와 외교가 닿지 못하는 곳까지 굴러가기도 한다. 5월 수원 그라운드에서 축구공이 굳게 닫힌 남북 대화의 문 앞에서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남이든 북이든 결승에 오르는 팀을 함께 응원할 테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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