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희 교수 “이 대통령, 특검으로 자기 사건 재판관 돼…공소취소 책임은 누가 지나”[인터뷰]

허진무 기자 2026. 5. 5. 1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여다향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특검을 통해 사실상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되는, 이해충돌 문제가 심각합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5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에 대해 “특검이 공소취소권으로 자신의 재판을 없애도 이 대통령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작기소 특검은 이 대통령이 재판받는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의 사건을 검찰로부터 강제로 넘겨받은 뒤 ‘공소취소’로 없애버릴 수 있다.

한 명예교수는 “한국 수준의 민주주의 사회라면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적 부담을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퇴임 이후 재판을 통해 정면승부하는 것이 맞다”며 “법 앞에선 대통령도 일반 국민과 똑같다는 걸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명예교수는 시민단체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진보 성향 법학자다. 윤석열 정부 국가인권위원회가 ‘퇴행’ 비판을 받던 2024년 7월 인귄위원장 후보로 추천됐지만 “인권위 존재 자체를 걱정하고 싸워야 할 때”라며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다음은 한 명예교수와의 일문일답.

-조작기소 특검에게 공소취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수사 대상 대부분이 현직 대통령 사건이다. 검찰의 조작 수사·기소가 이뤄졌다는 증거가 확실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공소취소를 지휘하고 정치적·법률적 책임을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이 지면 된다. 하지만 특검이 이 대통령의 재판을 취소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지 모호하다. 이 대통령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청와대는 “특검 수사의 필요성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입법자인 국회가 특검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6·3 지방선거에서도 특검의 공소취소가 중요한 이슈가 된 것을 보면 공소취소에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 재판을 취소할 수 있는 특검에 국민적 합의가 형성됐는지는 청와대가 이야기할 거리가 아니라고 본다.”

-이 대통령이 억울하게 예외적인 수사를 당했으니 예외적인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특검 수사로 조작이 증명된다면 검찰 스스로의 공소취소, 법무부 장관의 공소취소 지휘,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 그리고 확정된 판결에 대해선 재심 청구까지 가능하다. 이렇게 3중, 4중의 안전장치가 있는데도 특검의 공소취소권으로 해결하려는 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가운데)과 국정조사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안과에 ‘조작기소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일각에선 검찰과 법원을 믿을 수 없어 공소취소권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공소취소 논란이 검찰·사법개혁 명분을 훼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부정하기 어렵게 되어가는 상황이다. 국민이 검찰과 법원을 못 믿는다면 믿을 수 있는 존재로 바꿔나가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공소취소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인데 섣부른 우려라는 반론도 있다.

“조작기소 특검은 조작 수사·기소가 있었다는 국정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출범한다. 특검 내부에선 수사·기소가 잘못됐다는 심증은 있는데 명백한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간극 속에서 공소취소를 향해 갈 가능성이 크다. 특검이 다툼이 있는 증거를 바탕으로 공소취소를 결정한다면 국민적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정부·여당은 국정조사에서 검찰의 조작 수사·기소 증거가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법원에 현출된 증거는 엄청나게 방대하지만 국정조사는 부분적인 증거에 국한돼 있다. 부분이 전체를 뒤집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검이 도입돼도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조작 증거를 찾아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국정조사에서 불거진 정치적 이슈가 반복되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조작기소 특검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이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특검은 실제로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불신을 극복할 만큼 공정한 특검 임명 절차가 보장되지 않았다. 사실상 제1여당인 민주당과 제2여당인 조국혁신당이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특검을 고르는 구조라면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관철할 어떤 장치도 없다. 정치권 외부의 단체나 기관에 특검 후보 추천을 맡기고 대통령은 임명하거나 거부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통제해야 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여다향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민주당은 조작기소 특검 도입 시기에 대해 “당청이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내란 청산이라는 중요한 국정과제가 남은 상황에서 특검으로 정치의 본류를 흔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대통령이 어렵게 쌓아올린 지지율마저 까먹는 선택이다. 정치권 일부에서 꿈틀거릴 빌미만 찾는 ‘윤어게인’ 세력에게도 큰 무기를 주는 셈이다.”

-조작기소 특검이 출범하면 이재명 정부에서 6개 특검이 동시 가동된다.

“특검에 대한 국민의 피로가 쌓였는데 또 특검을 도입한다면 국민의 신뢰 위에서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법질서 안정이라는 관점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현재 특검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공수처의 수사력 한계가 노출된 지 오래인데도 민주당이 공수처를 제대로 고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공수처 수사 대상을 모든 고위공직자로 넓히고 인력과 예산을 보장해줘야 한다.”

-법왜곡죄의 존재가 특검의 공소취소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중에 정권이 바뀐다면 법왜곡죄 수사로 특검을 괴롭힐 수는 있겠지만 실제 통제 장치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법을 왜곡하려는 내심의 의도를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법왜곡죄 처벌은 매우 어렵다. 법률가 집단인 특검이 법왜곡죄로 의율될 만한 행동을 하거나 증거를 남기지는 않을 것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