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콘텐츠? 볼수록 자존감 떨어져…‘운동 자극 영상’의 역설

이휘빈 기자 2026. 5. 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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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운동 부각하는 ‘핏스피레이션’ 콘텐츠
미국 연구팀, 7개국 26개 실험데이터 분석
신체 불만족 커지고 극단적 다이어트 충동
“거식증·폭식증 미화하던 콘텐츠에서 유래”
클립아트코리아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핏스피레이션(fitspiration)’ 게시물이 건강한 삶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멋진 체형을 내세우는 이같은 콘텐츠가 이용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섭식장애까지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연구팀은 18~33세 6111명을 대상으로 한 26개 국제 연구를 종합 분석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7개국에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으며, 3일 온라인에 게시됐다.

‘핏스피레이션’은 운동으로 잘 훈련된 몸(fit)과 영감(inspiration)의 합성어로, ‘날씬하고 건강한 몸에 대한 동기를 자극하는 이미지’를 말한다. 대개 SNS에서 멋진 몸매를 가진 이들이 운동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일컫는다.

틱톡에 올라온 핏스피레이션 콘텐츠. 틱톡 캡처

연구 참가자들은 10~100개의 핏스피레이션 이미지나 영상을 본 이들과 일반 콘텐츠를 본 대조군과 비교했다. 그러자 운동을 장려하는 게시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기 몸을 다른 사람과 더 많이 비교하게 됐고, 신체 불만족도 커졌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연령대에서 ‘운동 충동’을 더욱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확인됐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나 과도한 운동 등의 욕구도 늘었다. 이런 효과는 남녀노소, 체질량지수(BMI)와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이같은 콘텐츠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핏스피레이션을 자주 접한 이용자가 사회·경제적 지위, 삶의 질, 공동체 내 소속감까지 비교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비싼 운동복이나 고급 스포츠 시설에서 촬영한 사진·영상이 이들의 자존감을 더욱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그루에스트 연구원은 2016년 하계 올림픽에서 과테말라 국가대표 수영 선수로 참여했다. 그는 “엘리트 운동인으로서 매일 몇시간씩 훈련했지만, SNS 속 신체 기준이 실제 운동 능력이나 식단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깨달았다”며 “이같은 게시물이 비현실적인 기준을 강화하고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런 콘텐츠가 2000년대 초반 거식증과 폭식증을 미화하던 콘텐츠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언뜻 건강한 생활방식으로 포장됐지만 과거의 병적인 신체상 추구에서 변형된 형태라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핏스피레이션이 ‘강함이 새로운 마름’이라는 슬로건으로 신체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마른 몸이 이상적인 체형으로 제시됐다면, 이젠 근육이 잡히면서도 체지방이 극히 낮은 ‘탄탄한 마름’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연구진은 이런 신체는 극단적인 식단 제한과 과도한 운동,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 없이는 도달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기존 미디어와 달리 SNS는 정교하게 연출된 이상적 이미지를 끊임없이 쏟아낸다”며 “청소년과 청년층이 이런 콘텐츠에 반복 노출되는 상황에서 정신에 미치는 영향의 구조를 파악하고,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방안을 탐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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