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어젠다] ‘재판 도망 사기범’ 법으로 잡는다
경인 의원들이 주도하는 우리 삶의 어젠다, 건강하고 건전한 정책 경쟁을 조명합니다
고의적인 회피 꼼수 차단 발의
일정 요건 전제 재판·선고 진행

우리나라는 비교적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국가로 분류되지만, 사법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최근 10년간 사건접수 시점부터 첫 기일까지 소요된 시간, 사건의 평균처리기간, 장기미제사건 수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재판이 지연되는 요인으로는 복잡한 법률관계사건의 증가 및 법원 내 잦은 인사이동, 변호사 수 증가속도를 법관 정원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 등이 지목된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적 원인 말고도, 피고인들이 고의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것도 재판지연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범죄자들이 주로 이 수법을 사용하는데, 자신이 재판에 넘겨진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출석하지 않거나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잠적해버린다 해도 현행법으로는 일정한 소재확인 절차와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야만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었다.
더욱이 최근 재판 중 도주한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대해 공시송달로 진행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한 사례까지 나오면서, 현 제도 안에서는 조직적 사기범죄 및 악의적 재판지연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경제적 살인’ 혹은 ‘사회적 살인’으로도 비유되는 사기범죄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국민의힘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사진) 의원이 팔을 걷고 나섰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윤 의원은 피해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의적으로 재판을 회피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지난달 말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이미 공판기일에 출석해 방어권행사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안 나오는 경우 일정 요건을 전제로 피고인 없이 재판이 진행되도록 했다. 변론이 끝났는데 선고기일에만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도 그대로 선고가 이뤄지도록 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24년 1월과 비교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미제 건수가 올해 초에 약 52배나 폭증했다”며 “피고인의 고의 불출석으로 기일이 연기되거나 재판이 다시 시작되기라도 하면, 피해자들만 시간적·금전적·정신적 고통을 떠안아야 했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범죄자는 재판을 피해 숨고, 피해자만 매번 법원을 오가는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성 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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