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 특별법의 난립과 지방자치 제도의 재구조화

전대욱 2026. 5. 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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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방자치 제도에 관한 한 세미나에서 어떤 법제 전문가가 했던 발언이 잊혀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와 광역자치단체인 시·도의 2계층에 의한 지방자치 제도가 최근 초광역에 해당하는 통합특별시, 준광역에 해당하는 특례시 등으로 점차로 계층유연화가 진행되면서 일반인들은 더욱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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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방자치 제도에 관한 한 세미나에서 어떤 법제 전문가가 했던 발언이 잊혀지지 않는다. "특례시, 특별자치시도, 특별지방자치단체 등 지방자치 제도는 왜 점점 복잡해지나, 단순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란 발언. 게다가 최근에는 시·도 통합 논의가 확대되면서 '통합특별시'라는 새로운 용어가 회자된다. 위의 바램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필자는 위 발언에 대해 "기존의 지방자치단체만으로는 지방행정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니, 점점 제도는 세분화될 수 밖에 없지 않냐"라고 간단히 답했지만, 한편 저 지적에 대해서는 일면 이해가 된다. 과거에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와 광역자치단체인 시·도의 2계층에 의한 지방자치 제도가 최근 초광역에 해당하는 통합특별시, 준광역에 해당하는 특례시 등으로 점차로 계층유연화가 진행되면서 일반인들은 더욱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최근 제정된 전남-광주의 통합특별시 특별법과 계류 중인 특례시 특별법 등 특정 지역을 겨냥한 특별법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방분권을 위해 지역의 특성에 따른 특례를 부여하고 지역의 자율성을 제고시킨다는 취지는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러한 특별법의 난립이 우리나라 지방자치 제도의 근간이 되는 지방자치법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것이 아닐까, 지방자치법이 누더기 법안이 되고 형해화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든다.

지방자치법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근간을 이루는 기본법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모든 자치단체의 보편적 원칙과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설계된 특별법은 지역맞춤형 자치권한의 부여라는 차등분권의 취지에는 부합한다고 할 수 있으나, 지방자치법보다 우선 적용되면서 행정체제의 보편성과 예측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우려를 낳는다. 특별법은 또한 지역간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하고, 자치단체간 특별법 경쟁을 부추기기도 하며, 자치권의 부여가 지역의 필요나 객관적 자치역량이 아닌 정치력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는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

따라서 지역맞춤형 차등분권을 지향하는 특별법의 논의와 더불어 반드시 지방자치 제도의 기본 설계도를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치력과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특별법의 난립이 현 시대의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한다면, 동시에 변화된 행정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지방행정체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이념을 담은 헌법부터 지방자치 제도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자치법의 체계적인 개정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새로운 초광역 행정체제를 중심으로 한 지방행정체제의 밑그림을 그리고, 법률이 지역의 다양성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또한 특별법으로 흩어져 있는 유효한 특례들을 지방자치법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대도시와 초광역 행정체제, 농어촌 등 지자체의 유형을 세분화하고, 각 범주에 맞는 권한과 책임을 지방자치법 본문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굳이 특별법을 만들지 않아도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지자체는 자연스럽게 필요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지방자치 제도는 '예외'가 아닌 '다양성'이 상식이 되도록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는 단순히 권한을 나눠주는 시혜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민주주의의 훈련장이다. 누더기가 된 법령은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불신을 키운다. 특별법이라는 '예외'를 줄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보편적 규범'을 만들 때 비로소 한국의 지방자치는 진일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분권제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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