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엘비스·엘튼 존 이어…‘전설의 전설’ 잭슨과 비틀즈 온다

- 2018년 ‘보헤미안 랩소디’ 포문
- 10년간 팝스타 생애 영화 쏟아져
- 흥행은 실패한 엘튼 존 ‘로켓맨’
- 바즈 루어만이 연출한 ‘엘비스’
- 올 최고 화제작은 역시 ‘마이클’
- 2년 뒤 비틀즈 영화 4편도 개봉
지난 10년간 할리우드에서 잘 팔린 IP(지식재산권) 중 하나는 ‘전설의 팝스타’이다. 그 포문을 활짝 연 건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2018)이다. 전 세계 흥행 수익 9억1000만 달러, 국내에서도 996만 관객을 모으며 신드롬을 일으킨 ‘보헤미안 랩소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음향효과상 음향편집상 편집상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며 그해의 영화로 등극했다.
사실 그 누구도 ‘보헤미안 랩소디’의 엄청난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다. 극적 구성을 위해 실제와 다르게 묘사된 부분이 혹평받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이 영화엔 엄청난 치트키가 있었으니, 대미를 장식한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다.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콘서트를 영화는 동선 하나, 콜라병과 재떨이 같은 소품 하나까지 세세히 포착해서 ‘복붙(복사+붙이기)’하듯 재연해 냈다. 시큰둥하게 영화를 보고 있던 관객도 영화가 막판 재현한 이 공연에서만큼은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었다. 입소문이 돌았고, 영화는 말 그대로 터졌다. 펑.
▮‘보헤미안 랩소디’가 쏘아 올린 공
이 의외의 성공 사례를 돈에 밝은 할리우드가 그냥 둘리 없다. 이때부터 전설의 팝스타들이 하나둘 스크린으로 호출되기 시작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지나간 자리. 그 후광을 노리며 개봉한 영화는 ‘로켓맨(2019)’이다. 제목에서 북한 김정은(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조롱하는 메시지로 지칭한 별명)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로켓맨은 엘튼 존이 1972년 발표한 곡 제목이자 그의 애칭이다. 영화는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 막판 중도하차한 브라이언 싱어를 대신해 촬영을 마무리한 덱스터 플레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궁금증을 키우기도 했다.
태런 에저튼이 엘튼 존으로 분한 ‘로켓맨’은 전기 영화 특유의 일대기 형식에서 벗어나 엘튼 존의 기억을 따라가는 구성으로 짜였다. 엘튼 존의 명곡을 뮤지컬 스타일로 버무리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는 기대보다 시시한 흥행 결과를 내고 퇴장했는데, ‘로켓맨’은 왜 ‘보헤미안 랩소디’가 되지 못했을까. 음악과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 기인한 면이 크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음악’에 비중을 둔 전기 영화라면, ‘로켓맨’은 음악보다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영화였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본 폭발적인 음악을 기대한 관객에겐 다소 무겁게 다가간 면이 크다. 아직 생존해 있는 살아있는 전설과 죽음으로 신화가 된 뮤지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있기도 했다.
퀸이 쏘아 올리고, 엘튼 존이 머물다 간 전기 영화 시장에 가세한 건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그린 ‘엘비스’(2022)다. 바즈 루어만이 연출을 맡은 ‘엘비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유년기부터 죽음까지를 따라간다. 평이할 수 있는 이야기에 생기를 부여하는 건 연출이다. 바즈 루어먼이 누구인가.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 ‘위대한 개츠비’에서 증명했듯, 관객에게 최상의 시청각적인 쾌락을 전달하는 데 도가 튼 연출자 아닌가. 바즈 루어만 특유의 화려한 연출은, 삶 자체가 화려했던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인생과 여러모로 찰떡궁합을 이룬다. 영화는 그러나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신드롬을 일으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다만, 오스틴 버틀러라는 재능 있는 신예를 소개하는 나름의 수확을 거뒀는데 외모가 닮지 않아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오스틴 버틀러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스타성을 능숙하게 연기해 내며 주목받았다.
▮마이클 잭슨과 비틀즈도 온다
그리고 그분이 오신다. 죽었지만, 죽지 않은 영원한 스타. 대중문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불세출의 뮤지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연예인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인물. 팝음악 역사를 등장 전후로 바꾼 사람. 찬란한 인생만큼이나, 성형과 성추행 논란도 달고 다닌 문제적 인간, 마이클 잭슨이. 워낙 독보적이기에 영화화하기 까다로운 인물이다. 그 누가 마이클 잭슨을 연기한단 말인가. 독이 든 성배는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이 어려운 미션을 제작진은 ‘핏줄’로 해결했다. 마이클 잭슨의 실제 조카인 자파 잭슨에게 마이클 잭슨 역할을 맡긴 것. 삼촌 이름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았을 자파 잭슨의 노력이 고스란히 영화에 묻어난다. ‘마이클’은 마이클 잭슨의 생애 중 ‘BAD 투어’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그러니까, 전성기 때까지의 모습만 남기고 논란이 될 만한 건 다 피했다. 평단에서 혹평이 나온 이유이기도 한데, 복잡다단한 인간을 납작하게 그린 면이 있어서다. 그러나 평단은 평단일 뿐, 관객들에겐 반가울 영화일 공산이 크다.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영화는,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음악. 콘서트 현장과 뮤직비디오 현장이 밀도 높게 담긴 영화는 장년층에겐 추억을, 10, 20대에겐 흥미를 전할 전망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이들이라면 뭔가 허전하다는 걸 느낄 것이다. 있어야 할 사람(그룹)이 없는 느낌 말이다. 그렇다. 마이클 잭슨,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불멸의 팝스타 3대장으로 꼽히는 비틀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마이클 잭슨과 비틀즈는 기록 면에서도 막상막하인데, 전체 앨범 판매량은 비틀즈가 1위, 단일 앨범으로는 마이클 잭슨이 ‘Thriller’로 1위를 기록 중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시작된 전설의 뮤지션 영화화는 비틀즈에게도 닿았다. 비틀즈 네 멤버를 각각 주인공으로 한 전기 영화 4편이 2028년 4월 찾아온다. 연출은 무려 ‘007’ 시리즈를 연출했던 샘 멘데스다. 캐스팅도 이미 확정됐는데, 발표가 나자마자 영화 팬들은 물론 음악계까지 난리가 났다. 해리스 디킨슨(존 레넌), 폴 메스컬(폴 매카트니), 배리 키오건(링고 스타), 조지프 퀸(조지 해리슨)이 비틀즈 역할에 낙점된 주인공들로, 4편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멤버 개개인의 개성이 어떻게 영화로 녹아들었을지를 보는 재미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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