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코스의 여왕’ 유현조, 비밀은 전략 골프 [박민영의 골프홀릭]

박민영 선임기자 2026. 5. 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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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3승 모두 대표적 ‘극악 코스’에서 수확
지능적 코스 공략·향상된 쇼트게임이 원동력
육각형 경기력에 원숙미 더해 첫 다승 기대감
유현조가 DB 위민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번 홀에서 파를 기록한 뒤 갤러리 환호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MVP)과 평균타수 1위로 2관왕에 오른 유현조(21·롯데)에게 ‘난코스의 여왕’이라는 수식어 하나가 추가됐다.

유현조는 지난 3일 끝난 KLPGA 투어 제1회 DB 위민스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에서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70-71-68-72)를 기록해 시즌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하루도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내지 않은 선수는 공동 2위 김민솔, 공동 5위 한진선, 공동 11위 홍현지를 포함해 단 4명뿐이었다.

3년 차 유현조의 이번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째. 그는 신인왕을 차지한 2024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데 이어 이번에 신설 대회의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눈에 띄는 점은 유현조가 3승 모두를 KLPGA 투어 개최 코스 중 대표적인 난코스에서 수확했다는 사실이다. 2017년부터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을 열어온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이천은 깊은 러프와 굴곡 심한 그린으로 악명이 높고, 이번 DB 위민스 챔피언십이 펼쳐진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는 지난해까지 한국 여자오픈을 치르며 골프팬들에게는 수많은 기권자들을 배출한 코스로 기억된다. 그러고 보니 유현조는 2024년과 지난해 KB금융 대회에서도 2년간 8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오버파 스코어를 기록하지 않았다.

유현조는 지난해 평균 타수 1위(69.93타)가 말해주듯 전반적으로 우수한 경기력을 갖췄다. 아울러 KLPGA 투어의 공식 집계 부문 중 하나인 종합능력지수 역시 약점이 없는 선수임을 보여준다. 종합능력지수는 평균 타수, 평균 퍼팅, 이글 수, 평균 버디, 벙커 세이브율, 그린 적중률, 드라이브 거리, 페어웨이 안착률 순위의 합산으로 나타내며 수치가 낮을수록 ‘팔방미인’ 선수에 가깝다는 의미다. 유현조는 이 지수에서 116(1+18+1+3+26+9+15+43)을 기록해 2위 고지우(162)와 46포인트 차이의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퍼팅 하는 유현조. 사진 제공=KLPGA

기본적인 기량에 더해 유독 난코스에 강한 면모의 비밀은 전략적인 코스 매니지먼트에서 찾을 수 있다. 최종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4)의 공략이 대표적이었다. 유현조는 1타 차 선두로 맞은 이 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을 살짝 벗어난 곳으로 보냈다. 그린 왼쪽으로는 물이 있고 오른쪽엔 벙커가 도사려 한 번의 실수가 동타 또는 역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유현조는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직접 노리는 대신 그린 앞쪽과 벙커 사이 공간을 겨냥했다. 철저히 물은 피하되 볼이 벙커를 향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 거리의 클럽을 선택한 전략이 돋보였다. 칩 샷을 홀 가까이 붙인 그는 침착하게 파 퍼트 집어넣어 1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앞선 조에서 공동 선두로 우승 경쟁을 펼친 이다연은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오른쪽 벙커에 빠뜨린 뒤 파 세이브에 실패하면서 결국 공동 2위로 마감했다.

유현조는 이번 대회에서 72홀 동안 보기를 8개로 틀어 막았다. 1타 차 공동 2위 이다연은 보기 10개를 적어냈고, 고지원은 보기는 5개였지만 더블보기 2개를 보탰다. 실수를 줄인 게 타수 차이로 이어진 것이다.

무리하게 온 그린을 시도하지 않는 매니지먼트에는 정교한 쇼트 게임 능력이 필수 요소다. 파 세이브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현조는 지난해 쇼트 게임이 부쩍 좋아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경험한 안시현으로부터 다양한 상황의 쇼트 게임 기술을 배우면서 그린을 놓친 홀에서 파 이상의 성적으로 만회하는 리커버리율이 2024년 76위(56.47%)에서 지난해 10위(67.08%)로 부쩍 향상됐다. 퍼팅 역시 80위에서 18위로 급상승했다. 올해엔 초반 부진에도 리커버리율 64%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페어웨이우드 티샷 하는 유현조. 사진 제공=KLPGA

DB 위민스 챔피언십을 마친 뒤 “레인보우힐스CC는 핀을 바로 공략하면 실수가 나오기 쉬운 곳이다. 그래서 핀을 직접 보기보다는 공이 떨어지기 좋은 지점에만 신경 썼다”는 말에서도 덤벼들지 않는 지능적인 플레이의 면모가 옅보인다. 드라이버 대신 페어웨이우드 티샷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심리적으로도 강하다. 코스에서 잘 안 풀릴 때는 진짜 화를 내지만 대신 다음 플레이에 지장이 가지 않게 한번 화내고 끝내려 하는 스타일이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실수했을 때 보여주던 ‘단호한 분노’와 유사해 보인다.

육각형 골퍼로의 진화와 함께 갈수록 원숙해지는 경기 운영 능력이라는 날개를 단 유현조. 그는 지난해 대상을 수상한 뒤 유일한 아쉬움으로 적은 시즌 승수(1승)를 꼽았다. 난코스에서 입증해 보인 그의 변별력이 ‘다승’ 사냥 능력으로 폭발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본격 궤도에 오른 올 시즌 KLPGA 투어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골프홀릭
너무 재미있어 쉽게 중독되는 것이 골프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합니다. 치는 골프, 보는 골프와는 또 다른 ‘읽는 골프’의 즐거움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박민영 선임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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