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부터 다시 만든 생태계… 경기도 ‘로컬 건설’ 봄바람

김지원 2026. 5. 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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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시책’… 밝아진 업계 분위기
공공 물량 우선 배분, 더 많은 기회 제공
1억 이하 설계·감리용역 ‘수의계약’ 활용
인센티브 마련, 종건사 수주율 30% ‘꿈’
서울 업체로 형성된 건축시장, 변화 기대

경기도 내 아파트 단지 전경. /경인일보DB

경기도가 지역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4월30일자 1면 보도)을 내놓자 경기도 건설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건축사를 비롯해 종합건설사, 전문건설업체 등 도내 건설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대책으로, 해묵은 과제가 해소됐다는 평이 나온다.

■ 공공 발주 앞세워 지역 건설업계 살리기 나선 경기도

지난달 29일 경기도는 침체된 지역 건설업계에 공공 물량 우선 배분 등 지역 건설사에 더 많은 수주 기회를 주는 게 핵심인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시책’을 발표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 민간 발주 감소 등이 겹치며 지역 중소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하자 공공이 직접 지역 건설 생태계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경기도내 건설 물량 상당수가 서울 등 타지역 대형 종합건설사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설계·시공 등 건축사뿐 아니라 전문건설, 건축자재, 현장 인력까지 지역업체 참여가 제한된다는 업계 불만이 이어진 점도 주요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대책의 핵심은 공공 발주 과정에서 지역업체 참여 기회를 넓히고 대형 건설사와 지역업체 간 연계망을 확대해 지역 건설 생태계 전반에 물량이 순환하도록 하는 데 있다. 우선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추진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 사업(이하 민참사업)에서는 지역 하도급 업체 참여와 지역 자재·장비 사용, 지역 인력 고용 비율 등이 높은 건설사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대형 종합건설사의 고착화된 협력업체 구조에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반기 중 상생협력 자리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술력 있고 안정적인 지역업체와 대형 건설사의 협력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소규모 지역 건축사무소들의 공공시장 진입 확대를 위해 1억원 이하 설계·감리 용역에 대해서는 지방계약법상 수의계약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 경기도 종건사 원도급 수주율 30% 넘어설까 기대감

이번 도의 시책에 종합건설업계는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GH 민참사업 발주시 지역건설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곳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호평했다.

올해 GH는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1만가구 가량의 민참사업 공모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건설경기 침체에도 비교적 먹거리가 풍부한 경기도이지만, 정작 경기도 건설현장에서 도내 종합건설사의 원도급 수주율은 하도급과 동일하게 30%대(2월25일자 3면 보도)에 머물렀던 만큼 이번 시책으로 지역 중소 종건사의 수주 비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원도급 과정에서 경기도 종건사의 수주가 늘어나면 도내 하도급 수주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센티브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서울 종건사가 입찰에 참여할 때 도내 종건사도 컨소시엄에 포함시키는 등 도내 업체의 비중이 상향되는 방향이라면 도내 종건사들은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 발주 건설공사 ‘관급자 설치 관급자재 발주 지양’에 대해서는 “도내 건설사를 지원하는 가장 실질적인 정책”이란 평까지 나온다. 관급자 설치 관급자재는 관급자재 업체가 현장에 투입, 직접 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래 의미는 발주처가 자재구매 및 설치를 직접 진행해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이나 실제 현장에서는 원활하지 않은 공급, 책임소재의 불분명함이 공기지연 등 공사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수주한 현장은 종건사가 종합적으로 계획관리, 조정을 하는데 관급자재 업체는 현장에 상주하는 시공업체가 아니어서 관리가 쉽지 않았다”라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책임은 종건사에게 돌아왔었다. 관리도 어렵고 관리비도 나오지 않아 힘들었던 부분을 도에서 알아준 것이라 굉장히 뜻깊다”라고 말했다.

■ “경기도 건축문화상 절반이 서울 업체”… 지역 건축사업계도 기대감 커져

지역 건축사업계 역시 이번 대책이 서울 대형 건축사무소 중심으로 형성된 설계시장 구조 속에서 도내 소규모 업체들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건축사회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내 등록 건축사 회원은 약 3천400명 수준으로 이 가운데 70%가량이 1~2인 규모의 영세 사무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도내 공공·민간 건축설계와 감리 시장 상당 부분을 서울 대형 건축사무소가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비판한다.

이 같은 현실은 경기도건축사회가 매년 경기도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경기도 건축문화상’에서도 확인된다. 도내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임에도 접수 작품의 60~70%가량이 서울 업체 설계 사례인 데다 지난해 본상 수상작 10개 가운데서도 서울 소재 건축사사무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경기지역 업체는 성남·하남·남양주 등에 일부 분포하는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경기도 내 건축 설계시장 상당 부분이 서울 대형 건축사무소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 표 참조


경기도건축사회 관계자는 “다른 시도는 지역 업체와 공동 참여 시 가산점이나 일정 비율 기준 등을 두는 경우가 있는데 경기도는 상대적으로 그런 장치가 약했다”며 “결국 서울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책으로 공공 설계·감리 물량 일부라도 지역 업체에 배분되고 서울 업체와 지역 업체 간 협업 구조가 확대된다면 지역 건축업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단순 권고 넘어 실질 연계로”… 경기도, 지역업체 DB 구축·매칭 추진

/클립아트코리아


일회성 아닌 구조 개선 출발점…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방안 검토”

도는 이번 시책을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 건설 생태계 구조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형 종건사와 지역업체 간 실질적인 연결 구조를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도는 관내 사업 비중이 높은 종건사들과 협의를 진행하며 협력업체 등록 기준과 운영 방식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이 종건사 협력망에 진입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가 보유한 지역 우수업체 리스트와 경기도 건설신기술 박람회 참여 기업 등을 활용해 분야별 지역업체 현황을 체계화하고 공종별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을 연결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 공공 발주와 민간 개발사업 과정에서 지역업체 참여 사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정책 실효성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상승 도 건설기술혁신팀장은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지만 지역업체들이 실제 사업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참여 기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대형 종합건설사와 지역업체 간 파트너십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윤혜경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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