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 몰아준 ‘국제선 운수권’… 항공사 오지 않았다
가산점 주며 지역 공항 활성화
85%, 인천공항 한정 안된 노선
수요·수익성 부족에 취항 적어
인위적 분산 정책 실효성 의문

정부가 최근 수년간 국제선 항공 운수권을 인천국제공항 보다 지방공항에 더 많이 할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수요와 수익성 부족으로 실제 항공사들이 취항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분석한 ‘국토교통부의 전국 8개 국제공항 운수권 배분현황’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국토부가 배분한 국제선 항공 운수권 113개 가운데 인천공항 전용 노선은 16개(14.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7개 공항은 총 29개(26%)의 노선을 배분받았고, 전국 모든 공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운수권은 67개로 집계됐다. 지역 공항 전용과 전국 공항 활용 가능 노선을 합치면 전체의 85%가 인천공항에 한정되지 않은 운수권인 셈이다.
국제선 항공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가 특정 국가나 도시를 오갈 수 있도록 정부가 배분하는 권리다. 국가 간 항공협정으로 운수권을 확보한 뒤, 국토부가 항공사 신청과 평가를 거쳐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제선 항공 운수권이 지역 공항에 유리하게 배정되는 배경에는 배분 과정에서 ‘지역 공항 활성화 기여도’가 주요 평가 항목으로 포함돼 있어서다. 국토부의 운수권 배분 평가에서 지역 공항 활성화 기여도는 110점 만점 중 15점으로, ‘인천공항 환승 기여도’(10점)보다 높은 배점이 적용된다.
정부가 지역 공항 활성화를 위해 별도의 가산점까지 부여하면서 국제선 항공 운수권을 유리하게 배정하고 있지만, 실제 취항까지 이어지지 않거나 단기간에 중단되는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
김해공항에서는 암스테르담(네덜란드), 로스앤젤레스(미국), 바르샤바(폴란드), 헬싱키(핀란드), 이스탄불(튀르키예) 노선 개설이 추진됐으나,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았다. 대구발 필리핀 마닐라 노선이나 무안에서 출발하는 중국 상하이 노선 등도 실제 운항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취항 이후 중단된 노선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괌, 김해~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노선은 탑승률이 저조해 운항이 중단됐으며, 대구에서 출발하는 필리핀 세부 노선, 청주발 마닐라 노선 등도 수요 부족으로 현재 운항하지 않고 있다.
일부 항공 업계 관계자들은 지방공항 활성화를 이유로 인천공항 국제선 노선을 인위적으로 분산해 배치하는 정책의 타당성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기계적인 운수권 배분으로 인천공항의 허브 기능이 약화하면 국제선 네트워크와 환승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이는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과 이용객 선택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항 경쟁력은 단순히 노선을 몇 개 배분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도시로 자주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1~2편의 항공편을 지역 공항에 배정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고, 공항별 수요와 항공사 운항 가능성을 면밀히 따지는 정책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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