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호 교수의 건강한 세상 이야기] 예쁜 남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

송준호 2026. 5.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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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준호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옛날 '천녀유혼'이나 '포청천' 같은 홍콩 대만 영화나 드라마들을 무척 좋아했지만,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로 관심이 멀어졌었다. 중국 본토 작품이라면 아는 것이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정도이다. 그런데 얼마 전 넷플릭스 추천 목록에 중국 드라마 한 편이 올라와 호기심을 끌었다. 뭔가 싶어 보기 시작한 것이 정주행하게 되었다. '옥을 찾아서'라는 로맨스 사극이다.

여기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예쁘고 잘 생겼다. 여성 주인공들도 하나같이 절세 미인들이지만, 특히 남자 주인공 무안후를 연기한 장링허의 미모는 압도적이다. K 팝 아이돌처럼 짙은 화장과 완벽한 비율의 외모로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 듯하다.

그런데 중국 정부 기관들이 그 예쁜 외모가 국가적 가치를 손상한다고 들고 일어났다 한다. 인민해방군은 화장한 '파운데이션 장군'이 군인의 핵심 가치를 손상한다고 분개했고, 광전총국은 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외모 지상주의를 배격하고 얼굴이 아니라 연기 중심으로 드라마를 만들라고 호통쳤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여성 같은 남성상은 없던 현상이 아니다. 루이 14세 시대 귀족들은 화장하고 향수를 뿌렸으며 하이힐을 신고 다녔다. 동아시아의 선비와 문인은 문약함을 멋으로 여겼다. 요컨대 예쁜 남성상은 평화 시대 상류 사회의 미학이었다. 힘의 남성상이 자리를 굳힌 것은 제국주의와 전쟁, 산업화와 노동이 횡행한 19세기 이후 일이다. 그 정점이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람보 같은 마초 아이콘들이다.

1990년대 메트로섹슈얼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남자들도 패션과 쇼핑, 자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된다. 데이비드 베컴같이 남성적인 듯 여성적인 양면적 매력이 새로운 표준이 된다. 이제는 더 나가 BTS, 케데헌의 사자 보이즈 같은 한국 K-팝 미소년이 새로운 남성상으로 자리 잡았다.

유독 동아시아에서 예쁜 남자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원래 이 지역은 힘쓰는 것보다 머리 쓰는 것을 높이 평가해 온 전통이 있었다. 둘째, 이 지역의 콘텐츠 시장은 어린 소녀에서 중장년 부인들까지 여성들에게 꽉 장악되어 있다. 셋째, 어릴 때부터 남성들과 경쟁에 치여 산 여성들이 비위협적이고 통제할 수 있어 보이는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남성의 여성화로 결혼과 출산율이 떨어질 거라 걱정하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동아시아의 결혼과 출산 기피 원인 중 하나는 가사, 육아, 교육의 어려움이다.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양육과 가사를 분담할 자매 같은 남성이다. 일 잘하고 싸움만 잘하는 람보보다는 무안후처럼 헌신적이고 예쁜데다 무술도 곧잘 하는 혼합형 남성이 우리를 인구절벽에서 구해줄 가능성이 높다.

원래 자연의 세계에서는 수컷이 아름답다. 수컷 공작의 화려한 깃털처럼 불편하고 포식자의 주목만 끄는 불리한 형질이 왜 존재하는지 설명할 수 없어 골머리를 않던 다윈은 자연뿐 아니라 암컷의 선택도 진화압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다. 수컷끼리의 카르텔이 없는 자연에서는 번식의 캐스팅 보트를 쥔 암컷의 선택이 수컷의 외양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남자로서 중국 정부의 분노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국가 중심주의와 산업시대가 저무는 이 마당에 마초 남성상을 주장하는 것은 죽은 자식 고추를 만지는 것과 같다. 남자가 예뻐지는 것은 다 그럴만한 복잡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여성의 취향이 세상을 빚는 시대이다.

/송준호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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