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리인상 목소리 낸 한은, 대내외 불확실성 충분히 고려하길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등에 참석차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인 유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 부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인데, 기준금리 결정권을 가진 금통위원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을 언급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유 부총재는 중동전쟁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양호하고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지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경기와 관련해 “반도체 사이클이 굉장히 강하게 작용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좋아지고, 정부 부양책으로 소비 심리도 많이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정부의 여러 물가 정책 대응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금리 인하 사이클보다는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 정책목표인 중앙은행이 최근 급등한 원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측면을 보면 금리 인상에 적절한 시점인지 회의적이다. 한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1.7%의 ‘깜짝 성장’을 했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외끌이 성장’이라는 분석이 많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제조업 부문은 성장이 정체돼 있고, 특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은 여전히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취약한 산업 부문과 가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의 한국 선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중동 상황이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이런 대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금리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금통위원이자 한은 집행부의 핵심 인사인 유 부총재의 발언은 개인적 견해라고 해도 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 통화당국자답지 않은 직설에 가까운 발언이 전해진 지난 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하락세였던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반등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유 부총재는 중앙은행의 소통은 정교하고 절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엄중히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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