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합격률 최고" 뒤엔 로스쿨 '졸탈' 꼼수가…

정희원/김유진 2026. 5. 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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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성적이 저조한 학생의 졸업을 고의로 막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률 관리를 위해 졸업시험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로스쿨 5년 주기 재인가 심사의 기준인 데다 예비 진학생 역시 학교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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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나쁘면 졸업 못하게 막아
인서울 대학까지 '합격률 착시'
지난 2022년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교 공동입학설명회에서 학생들이 각 대학교 상담창구에서 입학상담을 받고 있다./사진=김병언 기자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성적이 저조한 학생의 졸업을 고의로 막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이 같은 관행이 일부 지방 로스쿨에서 수도권 상위 로스쿨로까지 번지며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로스쿨 사이에서 변호사시험 불합격이 예상되는 학생을 인위적으로 졸업 대상에서 빼는 이른바 ‘졸탈’(졸업 탈락) 꼼수가 확산하고 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한 학생만 졸업시킨 뒤 시험에 응시하게 해 합격률을 높이고, 이를 성과로 대대적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로스쿨들은 지난 1월 치러진 제15회 변호사시험 결과를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비수도권 A로스쿨은 응시생 200여 명 가운데 73명(36.5%)이 합격해 2012년 1회 시험 이후 가장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다며 플래카드를 걸고 보도자료를 냈다. B로스쿨도 처음 시험을 본 22명을 포함해 41명(43%)이 합격해 종전 평균 합격률(30%)을 넘었다고 홍보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률 관리를 위해 졸업시험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졸업시험 합격 커트라인을 높여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한 학생은 졸업하지 못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변호사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한 구조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학교가 취업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학생이 시험에 응시할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로스쿨에서는 부당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학교 측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로스쿨 5년 주기 재인가 심사의 기준인 데다 예비 진학생 역시 학교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로스쿨, 변시 합격률 '관리'…모의고사로 응시생 조절
졸업 유예 강요 로스쿨 확산…응시자 인위적 축소 '꼼수' 비수도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을 앞둔 A씨는 지난해 10월 지도교수에게서 졸업유예를 권유받았다. 학교가 정한 요건은 모두 채웠지만 당장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성적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사실상 강제 졸업 탈락 조치로 A씨는 3년간 준비한 올해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응시자 줄여 만든 ‘통계 착시’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 사례처럼 학생의 졸업을 고의로 막는 이른바 ‘졸탈’(졸업 탈락)이 전국 로스쿨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각 학교는 매년 1월 치러지는 변호사시험을 3개월 앞두고 10월 자체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탈락 예상자를 선별한다. 이들을 졸업에서 강제로 빼는 방식이다. 시험을 치르는 전체 응시자(분모)를 인위적으로 줄여 합격률을 끌어올린다. 이후 높아진 합격률을 성과로 대대적으로 포장해 외부에 홍보한다.

우수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건 비수도권 로스쿨은 이 같은 편법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로스쿨 평가와 예비 진학생의 지원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기 때문이다. 합격률은 교육부가 시행하는 로스쿨 5년 주기 재인가 심사의 핵심 지표이기도 하다. 평균 합격률이 30%대에 머무는 일부 비수도권 로스쿨은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학교 이름 앞 글자를 딴 비하성 은어로 불리며 기피 학교로 전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최상위권 로스쿨을 제외한 서울 상위권 로스쿨에서도 합격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편법을 경쟁적으로 동원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따라 우수 인재 쏠림과 로스쿨 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합격률 상향에 성공한 영남대 로스쿨이 대표적인 사례다. 출범 초기 합격률이 낮아 하위권 로스쿨로 꼽히던 영남대는 강도 높은 학사 관리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10~14회 변호사시험 평균 합격률을 54.18%까지 끌어올렸다. 수도권 주요 로스쿨 평균인 50%대 합격률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며 꾸준히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중 관리에 실패한 일부 지방 로스쿨은 끝없는 하락세를 겪고 있다. 과거 하위권 로스쿨을 묶어 부르던 은어는 최근 30%대 합격률을 극복하지 못한 학교를 새롭게 묶어 부르는 신조어로 바뀌었다. 합격률에 따라 학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선 학교의 졸업 탈락 관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학생 권리 침해” vs “고육지책”졸업 탈락 관행을 둘러싼 학내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4년 전 수도권 한 로스쿨 학생은 정상적으로 교육 과정을 마쳤는데도 학교가 일방적으로 졸업 권리를 빼앗았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학교 측 재량을 폭넓게 인정해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학교 측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법조인으로서 자격이 부족한 학생을 무작정 사회로 내보낼 수는 없다”며 “의과대학에 유급 제도가 있듯이 합격할 만한 학생에게 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학력 수준을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선발 인원에 묶인 변호사시험 제도가 로스쿨의 고시 학원화를 부추긴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이탁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국장은 “과도하게 제한된 합격자 수 때문에 로스쿨 교육이 합격률 지표에 종속돼 있다”며 “의사 국가고시처럼 일정 점수를 넘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방식 자격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희원/김유진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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