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탄소가격제도 본격화…전남 산업, 저탄소 전환 ‘시급’
지역 주력 산업 전면적 체질 개선 요구
오염자 부담 원칙…정부 수익금 재투자
수익의 지역 환류전환금융 도입 필요
재생에너지 기반 전남형 저탄소 전환
모니터링 시스템 등 3대 거버넌스 必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로 탄소 가격이 기업 경영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전남이 재생에너지 기반의 탈탄소화와 공정 혁신, 전환금융 도입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광양·여수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탄소 집약 산업이 밀집한 전남은 유상할당 확대 등 비용 구조 변화에 따른 압박이 크지만, 풍부한 신재생 자원을 보유해 저탄소 전환의 최적지로 꼽힌다.
이에 전남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이슈리포트 '탄소가격제도와 연계한 전남의 산업부문 저탄소 전환 방향'을 통해 지역 산업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산업부문 배출량 1위…전환 필요성 확대
리포트는 2026년을 글로벌 탄소 규제와 탄소가격 체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산업계의 중대 분기점으로 내다봤다.
올해 시행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조절하고,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중을 2030년 50%까지 상향한다. 이로 인한 전력 요금 인상은 철강·석유화학 등 전남의 주력 업종에 직접적인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탄소 비용은 단순한 외부 규제를 넘어 기업의 수익 구조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감축 기술과 금융·세제 지원을 연계한 'K-GX(대한민국 녹색전환) 전략'을 추진한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산업 성장과 결합해 인센티브 중심의 구조 전환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많지만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전남은 이러한 녹색전환 정책을 실증할 수 있는 국가적 거점으로 지목된다.

◇올해부터 탄소 제도 혁신 가속화
제4차 배출권거래제의 핵심은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 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데 있다. 환경부는 2024년 당시 772개 대상 업체에 총 23억 6천299만t의 배출권을 사전 할당했다. 기존에는 시장 안정화 예비분을 총량 외로 관리했으나, 앞으로는 이를 배출허용총량 안으로 편입해 NDC와의 정합성을 강화한다. 6개로 나뉘었던 부문 체계도 형평성 차원에서 '발전'과 '발전 외' 2개 그룹으로 단순화해 운영될 예정이다.
탄소가격 기능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진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문별 유상할당을 차등화하고, 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배출 효율이 높은 기업에 유리한 BM(Benchmark) 할당 방식을 확대해 감축 노력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아울러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K-MSR)를 도입해 사전 규칙에 따라 배출권 수급을 자동 조절함으로써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의 안정적인 감축 투자를 유도한다.

◇산업 유형별 저탄소 전환 전략은?
전남연구원은 우선 탄소비용 리스크를 새로운 투자가치로 전환하기 위한 유형별 맞춤 전략을 내놨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집중관리형 산업은 탄소 발생지 원칙에 따른 수익의 지역 환류와 전환금융을 도입해 공정 전환 과정의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봤다.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등 전환 인프라 확산형 산업은 지능형 전력망과 계통 수용성 확대를 바탕으로 생산과 수요가 결합한 RE100 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배터리·e-모빌리티와 같은 신성장 동력형 산업은 글로벌 규제에 맞서 탄소 데이터 주권을 선점하고 배터리 순환 경제 생태계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연구원은 전남형 저탄소 전환의 핵심 축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탈탄소화(RE100 클러스터 구축)'와 '수소환원제철 및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중심의 공정 혁신'을 설정했다. 에너지 비용 부담을 낮추고 국제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전남은 광양 제철과 여수 석유화학단지 등 대규모 배출원과 항만 인프라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 이를 수소환원제철이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실증과 연계할 경우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점이 강조됐다.
지속 가능한 대응 체계를 위한 3대 거버넌스 구축도 과제로 꼽혔다. 탄소경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탄소비용의 지역 환류, 지자체 주도의 전환금융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배출권 경매 수익과 정책금융 등을 활용한 전환금융은 기업이 초기 투자 단계에서 겪는 재무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산업 전환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박미숙 전남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가격 시대에는 탄소비용을 규제가 아닌 투자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전남은 전환금융과 지역 환류 체계를 통해 산업 전환 리스크를 나누고, RE100 클러스터와 수소·CCUS 기반의 공정 혁신을 병행함으로써 저탄소 전환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