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시대 '데이터 식민지' 안되려면

2026. 5. 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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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40%가 챗GPT를 쓴다.

한국인의 데이터는 국내 서버에 머물렀고, 광고수익도 국내로 순환됐다.

이에 더해 일정 규모 이상의 외산 AI 서비스에는 한국인 민감 데이터의 국내 서버 저장 의무화와 한국 이용자의 데이터 파기권,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 요구권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절차 마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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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韓구독자 세계 2위
많이 쓸수록 정보·돈 美로
민감데이터 국내서버 저장
파기권 보장도 서둘러야
유창하 법무법인 린 미국변호사

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40%가 챗GPT를 쓴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챗GPT 유료 구독자 수 세계 2위 시장이 됐고, 구글 제미나이 유료 구독도 마찬가지다. 2026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는 한국이 인공지능(AI) 사용 증가율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놀라운 숫자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우리가 열심히 돈을 내며 쓰면 쓸수록, 한국인의 언어·행동·관심사 데이터가 미국 빅테크 서버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초중반 인터넷의 중심이 이메일·카페에서 검색으로 바뀌던 때 권력의 축도 이동했다. 다음(Daum)이 주도하던 시대가 저물고 네이버가 부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내 기업 간 권력 이동이었다. 한국인의 데이터는 국내 서버에 머물렀고, 광고수익도 국내로 순환됐다. 인터넷 영토 자체는 지켜진 셈이다.

지금의 전환은 차원이 다르다. 검색에서 AI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권력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사건이다. 게다가 생성형 AI가 다루는 데이터는 사용자의 고민, 업무 내용, 의사결정 과정이 담긴 고차원적인 정보다. 최근 네이버 주가 부진은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본의 격차는 냉혹하다.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미국 빅테크 4사가 2026년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돈은 약 982조원으로, 우리나라 한 해 예산 7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네이버의 연간 AI 연구개발비가 2조원 수준이니, 비교 불가한 격차다.

그러나 '자본이 없으면 안된다'는 공식은 깨진 바 있다. 중국 딥시크는 메타 대비 10분의 1 수준인 약 80억원의 훈련 비용으로 GPT-4급 성능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만들었다. 핵심은 알고리즘 혁신과 효율화 전략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도 한국 특유의 LLM 개발은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범용 AI와의 차별화된 적용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이 강점이 있는 데이터 분야, 예컨대 의료 데이터, 금융 데이터, 법원 판결문 데이터 등에 집중해 한국인들에게 특화된 서비스가 가능한 AI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지난 2월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2026~2028)'을 확정했다. 99개 실행과제와 326개 정책권고를 담은 이 계획은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확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국가 AI 프로젝트 추진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다. 해외 기업과의 자본 격차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마중물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일정 규모 이상의 외산 AI 서비스에는 한국인 민감 데이터의 국내 서버 저장 의무화와 한국 이용자의 데이터 파기권,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 요구권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절차 마련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영토가 변화할지도 모를 중차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유창하 법무법인 린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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