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앞둔 러 “8~9일 휴전” 일방 선언…우크라는 6일부터 휴전

러시아군은 특히 올해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2008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장갑차 미사일 체계를 등장시키지 않기로 했다. 역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일방적 휴전 통보를 문제 삼으면서도 우크라이나 또한 6일부터 자체적인 휴전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다만 그는 이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밝히지 않은 채 “우리는 인간의 생명이 그 어떤 기념일 행사(전승절)보다 훨씬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두 나라의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양국이 휴전 기간에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러, 전승절 열병식 규모 대거 축소
러시아 국방부는 4일 성명에서 “군 최고사령관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8, 9일 휴전을 결정했다. 우크라이나도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이 “9일 모스크바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것을 문제 삼으며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가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겠다. 키이우 시민과 외국 공관 직원들은 신속히 떠나라”고 위협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 사망자는 약 2700만 명으로 전쟁 참가국 중 가장 많다. 러시아는 이런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상황에서도 나치 독일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5월 9일 독자적으로 성대한 전승절 행사를 개최했다.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승전국은 연합국이 나치 독일의 무조건 항복을 허가한 5월 8일에 관련 행사를 여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승전 자부심이 큰 러시아가 올해 전승절 행사 규모를 줄인 것은 우크라이나와의 군사적 충돌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4일 새벽 러시아 모스크바 남서부 모스필몹스카야 거리의 고급 주상복합 주거 건물 외벽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파손됐다. 열병식이 열리는 모스크바 도심 ‘붉은 광장’에서 불과 6km 떨어진 곳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 주거 단지에는 러시아 해외정보국(SVR) 고위 인사들이 거주한다. 일부 러시아 통신사는 보안을 이유로 전승절 기간 동안 모스크바 내 모바일 인터넷 사용이 제한된다고 공지했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곳곳을 공습하며 반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4일 러시아 접경지인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 러, 3년 만에 우크라이나보다 적은 면적 확보
한편 올 4월 한 달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잃은 영토가 러시아가 확보한 땅보다 넓다고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전황 보고서를 인용해 AFP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최격전지인 동부 전선에서 약 40km²의 영토를 탈환했다. 러시아군은 이보다 적은 수 km²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가 월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땅을 빼앗긴 것은 2023년 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세가 강화된 여파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전쟁 성과를 강조하고 예년보다 축소된 열병식 행사를 비꼬았다.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을 방문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현지 연설에서 “그들(러시아)은 군사 장비를 마련할 여력이 없다. 또 우크라이나 드론이 ‘붉은 광장’의 하늘을 맴돌까 봐 두려워하고 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국방부조차 우크라이나의 호의 없이는 모스크바에서 열병식을 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인 만큼 러시아 지도자들이 종전을 위한 실질적 조처를 할 때”라고 종전을 촉구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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