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호르무즈 선박 호위, 이번엔 더 위험하다···1987년 ‘어니스트 윌’의 경고
당시 쿠웨이트 선박 11척 미국 국기 달고 호위
임무 수행 뒤 유조선 등 기뢰 피격으로 전쟁 격화
전문가들 “시작과 끝을 비극으로 장식한 작전” 평가
“이번에도 주기적 충돌 가능성” 장기 소모전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프로젝트 프리덤’이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이 쿠웨이트 유조선을 호위했던 ‘어니스트 윌’ 작전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란이 해협 봉쇄 자체를 목표로 삼고 무인기(드론) 등 현대적 무기로 무장한 현 상황은 40년 전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프로젝트 프리덤과 어니스트 윌 모두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수백 척의 선박을 풀어내기 위해 고위험 군사 작전을 택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어니스트 윌 작전 당시에도 미군 개입 이후 페르시아만 해상 교전이 오히려 격화된 전례가 있어 이번 작전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1987년, 미국은 이란의 공격을 받던 쿠웨이트의 요청으로 페르시아만 유조선 호위 작전에 나섰다. 당시 이란은 이라크를 지원하는 걸프 국가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해럴드 번슨 당시 미 해군 중동 지역 지휘관의 지휘 아래 미군은 쿠웨이트 선적 유조선 11척의 국기를 미국 국기로 바꿔 달고 호위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조선 ‘브리지턴’호가 이란이 부설한 기뢰와 접촉해 선체가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뢰 제거 전력이 사전에 배치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고, 이후 영국과 프랑스 등이 소해 및 정보 지원에 참여하게 됐다. 번슨 당시 사령관은 이 사건을 작전의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가 압도적 군사력을 갖고 있음에도 이란이 우리를 공격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듬해에는 미 해군 호위함 ‘USS 새뮤얼 B 로버츠’가 기뢰에 피격돼 크게 파손됐다. 미국은 이란의 석유 시설을 겨냥한 보복 공격으로 맞섰고 교전은 본격적으로 격화했다. 이란 군함이 미 함정을 향해 하푼 대함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미사일은 미 군함 약 30m 옆을 스쳐 지나갔다. 미군은 미사일 4발로 이란 군함을 격침했다. WSJ은 이는 2차 대전 이후 미 해군이 격침한 최대 규모 이란 군함이라고 전했다.
페르시아만 해상 교전과 맞물려 진행된 미군의 호위 작전은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종결과 함께 마무리됐다. 역사학자들과 전직 관리들은 이 작전을 미국의 상선 보호 역량을 보여준 사례이자, 시작과 끝을 비극으로 장식한 작전으로 평가한다. 작전 초기에는 이라크군의 오인 사격으로 미 해군 호위함 USS 스타크가 피격돼 승무원 37명이 숨졌고, 전쟁 막바지에는 미 군함이 이란 민항기를 전투기로 오인 격추해 민간인 290명이 목숨을 잃었다.
1980년대 어니스트 윌 작전을 연구해온 퇴역 장교와 전문가들은 현재 미·이란 전쟁이 당시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전 미 해군 정보분석가인 앤서니 거니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에도 이란·이라크가 상선을 공격하긴 했지만 오늘날처럼 이란이 해협 자체를 봉쇄하려 하지는 않았다”며 현재 상황을 “훨씬 더 직접적이고 군사적 충돌이 강한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미 해군 고위 간부를 지낸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분쟁의 새로운 국면은 해상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1980년대 유조선 전쟁과 유사한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처음 5주간의 광범위한 공중전만큼 격렬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한쪽의 오판으로도 주기적인 충돌로 번질 수 있다”며 장기 소모전 국면을 경고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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