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1인자는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으로 이어졌고 2020년부터 신진서가 꼭대기에 올랐다. 한국 1인자는 늘 세계 최강자라는 말을 들었다. 다만 박정환 시대엔 꼭 그렇지 않았는데 중국 바둑이 워낙 불타올랐기 때문이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강자들 숫자에서 한국이 모자랐다. 중국에서 5년 넘게 1위를 지킨 커제가 세계대회에서도 잘 이겼다.
2020년 11월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커제는 신진서를 꺾고 세계대회에서 8번째 우승했다. 그리고 슬며시, 그렇지 않아도 져서 아픈 상대를 긁었다. "신진서 덕에 세계대회 우승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고맙다." 그때 커제는 그런 인터뷰를 또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삼성화재배 결승이 끝나고 엿새 뒤 LG배가 열렸다. 저 앞 6월 16강에서 신진서를 제쳤던 커제는 8강을 넘고 4강에서 변상일을 누르고 결승에 올라 세계대회 9회 우승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 맞은편에서는 신민준이 첫 세계대회 우승을 겨냥했다.
신민준이 부리는 백돌이 이쪽저쪽 바쁘게 움직였다. 변상일의 흑돌은 그 뒤를 따라갈 뿐이다. 백24로 왜 <참고도> 1로 벌리지 않았는가. 흑6을 맞기 싫었기 때문이다.
흑29로 공격을 알렸다. 벌릴 곳이 없어진 백은 30으로 손을 돌렸다. 앞서 둔 백28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