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정치의 기로에 선 베네치아 비엔날레
총감독 별세…참여작가 급감
초유의 '심사위원 전원 사퇴'
황금사자상 폐지…관객상 신설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 축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6일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제61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총감독의 별세, 참여 작가 수 급감, 심사위원 전원 사퇴로 인한 황금사자상 폐지 등 예년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개막을 알렸다.
◇젊은 작가, 중동·아프리카·남미 약진
올해 제61회 비엔날레의 총감독인 카메룬 태생의 큐레이터 코요 쿠오는 개막식을 볼 수 없다.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전시 준비 중 감독이 사망한 것은 비엔날레 131년 역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유족과 비엔날레 측은 쿠오의 유지를 이어받아 그가 남긴 원안 그대로 전시를 실행하기로 했다. 그녀가 정한 비엔날레 주제는 ‘In Minor Keys’. 음악의 단조(短調)를 뜻하지만, 동시에 ‘주류가 아닌 것’, ‘소수의 것’을 암시하는 제목이다.
본전시의 가장 큰 변화는 참여 작가가 111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24년 331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양 대신 깊이를 택했다는 게 미술계의 해석이다. 참여 작가의 특성도 확 달라졌다. 직전 두 회 비엔날레가 과거의 작가를 재조명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90% 이상이 생존작가다. 그중 절반 이상이 1950~1980년생 중견 세대다.
비엔날레의 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중동·아프리카·중남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본전시 작가 중 아프리카 출신 비중이 20%,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는 15%에 달한다. 근 10년간 열린 전시에 비하면 비율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카타르는 국가관이 밀집한 자르디니 공원에 신축 파빌리온을 열었다. 자르디니 공원에 신축 국가관이 들어서는 건 1995년 한국관 이후 30년 만이다. 엘살바도르와 에콰도르도 공원 밖에 사상 처음으로 국가관을 열었다.
◇심사위원 사퇴와 황금사자상 폐지
올해 비엔날레는 어느 때보다 격렬한 정치 논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지난달 30일 심사위원단 5명이 전원 사퇴한 것이다. 위원장인 브라질 큐레이터 솔란지 올리베이라 파르카스 등은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범죄·반인도범죄 혐의로 기소된 지도자가 있는 국가에는 황금사자상과 은사자상을 수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크라이나 침공 혐의)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자지구 작전 혐의)를 겨냥한 결정이었다.
비엔날레 측은 결국 가장 우수한 국가관이나 작가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 시상 자체를 폐지했다. 대신 폐막일인 11월 22일 일반 관객 투표로 수상자를 가리는 ‘관객상’을 신설해 본전시 최우수 작가와 최우수 국가관을 뽑는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년 만에 국가관을 다시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다만 5월 5~8일 사전 공개 기간에만 기자·관계자에게 열고, 9일 정식 개막 후엔 폐쇄한 채 외벽에 작품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스라엘관은 평소의 자르디니 상설관이 아닌 아르세날레 인근 외부 공간으로 옮겨졌다. 이로 인해 비엔날레 기간 동안 ‘예술이 현실 정치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전쟁 가해국을 배제하는 건 정당하다는 입장과, 해당국 작가까지 차단하는 것은 또 다른 검열이라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한국관과 이우환·한강의 참여
한국관은 최빛나 예술감독이 ‘해방공간’을 주제로 전시를 꾸린다. 작가 최고은과 노혜리가 참여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제주 4·3 사건을 상징하는 설치 작품 ‘더 퓨너럴’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본전시에는 한국인 작가로 유일하게 요이가 초대됐다.
비엔날레 기간 베네치아 시내 곳곳에서도 대형 전시가 열린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제니 사빌의 개인전과 더불어 공식 병행 전시인 이우환 탄생 90주년 회고전이 산마르코 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윤송이, 심문섭 작가도 작품을 선보인다.
성수영/최한종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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