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계절, 더 반짝이는 컬러풀 전남

◇보랏빛으로 채워진 섬, 신안
퍼플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예상보다 길다. 7㎞가 넘는 천사대교를 건너며 바다 위를 가로지르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 위에서부터 색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파란 지붕의 마을과 ‘옐로우의 섬’을 지나 드디어 보라색이 모습을 드러낸다.
‘퍼플섬’으로 불리는 신안군 안좌면 반월도와 박지도는 이름 그대로 보라색으로 채워진 공간이다. 두 섬을 잇는 해상 보행교부터 마을 길, 건물 지붕, 안내 표지판까지 색이 통일돼 있다. 정류장도, 화장실도, 정박해 있는 배까지도 보라색이다.
이곳에서 보라는 장식이 아니라 마을을 이루는 기준이다. 하나의 색으로 공간을 정리해 놓은 느낌, 그래서인지 낯설기보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다가온다.
퍼플섬에는 세 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안좌도에서 박지도(547m), 다시 박지도에서 반월도(915m)를 있는 퍼플교가 2개 있고 반월도에서 안좌도(380m)를 잇는 문브릿지가 있다.
퍼플교는 반월도~박지도~안좌도를 연결하는 해상 목교로, 바다 위를 걸으며 두 섬을 이어주는 길이다. 다리 위에 서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다와 섬, 끝없이 펼쳐진 보라색 풍경으로 이어진다. 1.5㎞에 이르는 이 다리는 단순한 이동 경로를 넘어 퍼플섬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문 브릿지는 해수면 위에 떠 있는 부교(浮橋)로 바닷물이 들어와 있을 때 건너면 다리가 출렁거려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물이 빠졌을 때는 갯벌이 드러나 가까이에서 게와 짱뚱어를 구경하며 지날 수 있다.

5월이 되면 색은 더욱 또렷해진다. 박지도 일대에 조성된 라벤더 정원에서는 수만 송이의 보랏빛 꽃이 피어나며 섬 전체를 물들인다. 3만5000㎡ 규모의 공간에 라벤더가 펼쳐지며 바다와 하늘, 꽃이 하나의 색으로 이어지는 풍경을 만든다. 이 시기에 맞춰 열리는 ‘퍼플섬 라벤더 축제’(5.15~5.25)는 그 풍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퍼플섬에서는 방문객도 색의 일부가 된다. 보라색 옷이나 소품을 하나라도 착용하면 입장료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섬을 걷다 보면 만나는 사람들도 보라색이다. 모자, 스카프, 우산, 가방,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색을 맞춘 모습들이다.
걷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보라색 전동카트도 준비돼 있다. 반월도 한바퀴(5.7km)를 전동카에 앉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노랑이 풍경이 되는 곳, 장성

여린 새잎마저도 노랗게 보이는 마술을 부리는 듯, 이곳에서는 노랑이 풍경 전체를 감싸고 있다. 장성은 꽃이 아니라 색이 먼저 다가오는 곳이다.
노랑은 대개 봄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곳에서 노랑은 단순한 계절의 색이 아니다. 장성은 ‘옐로우 시티’라는 이름 아래 도시 곳곳에 색을 입혀왔다. 길과 다리, 공공시설과 마을 풍경까지 하나의 색으로 이어지며 장성만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그 덕에 장성은 특정 장소가 아니라 공간 전체가 하나의 색으로 기억된다.
장성읍에 들어서면 상징적인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지난 2022년 황룡강에 개통된 새로운 랜드마크 용작교다. 폭 3.5m, 길이 190m의 용작교는 황룡이 여의주를 쥐고 굽이치며 나아가는 모습을 모티브로 장성의 미래와 희망을 높이 비상하는 황룡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다리에는 ‘하늘의 금빛 용이 수호기사가 돼 지역민을 지키고 살았다’는 전설도 담겨 있어 이곳을 건널 때 상징적인 의미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다리를 건너면 이어지는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풍경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색이 튀기보다 주변과 스며들 듯 이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장성호 수변길을 걷다 마주하는 출렁다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노랑을 보여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조금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호수 한 바퀴가 39㎞에 이르는 장성호 수변길은 장성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이곳에 두 개의 출렁다리가 있으니 옐로우 출렁다리(1.5㎞)와 황금빛 출렁다리(2.5㎞)다.
황룡의 머리와 몸통을 형상화 한 21m 주탑이 인상적인 옐로우 출렁다리는 2018년, 무주탑 현수교로 중앙부가 물 가까이에 내려앉아 스릴있는 황금빛 출렁다리는 2020년 각각 개통됐다.

이 시기에 맞춰 열리는 ‘황룡강 음악 힐링 축제’(5.23~5.25)는 그 풍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기존 ‘황룡강 길동무 꽃길 축제’에서 명칭이 변경된 이번 축제는 황룡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봄꽃길과 다양한 문화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록빛 스며드는 담양 & 초록 물결 보성

담양 죽녹원에 들어서면 시선이 먼저 위로 향한다. 곧게 뻗은 대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이어지고 그 사이로 빛이 내려온다. 강렬한 햇살은 그대로 떨어지지 않고 대나무 잎에 걸렸다가 흩어지며 스며들어 한층 부드럽게 한다.
죽녹원에서 만나는 초록은 같은 색이면서도 시간과 빛에 따라 조금씩 달라 보인다는 점에서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대숲은 조용하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때론 그 소리가 숲 전체를 채운다. 대나무숲을 걷다 보면 걸음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특별한 목적 없이 걷는 시간, 담양의 초록은 머무르게 하는 색이다.
5월이 되면 숲은 가장 짙은 색을 보여준다. 대나무의 초록이 깊어지고, 빛은 더 선명해진다. 이 시기에 맞춰 열리는 ‘담양 대나무축제’(5.1~5.5)는 그 풍경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빛나라 빛나, 대나무!’를 슬로건으로 죽녹원, 담양종합체육관, 담빛음악당 일원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대나무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전시와 공연, 체험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보성 녹차밭에 들어서면 선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처럼 이어진 차밭이 일정한 간격으로 펼쳐지며 그려내는 곡선이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라기보다 사람이 가꾸고 다듬은 풍경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이지 않은 게 차밭의 매력이기도 하다.
보성의 초록은 걸으면서 느껴보길 추천한다. 길을 따라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며 눈앞의 풍경은 계속 바뀐다. 시선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길을 따라 계속 앞으로 향한다.
5월의 보성은 가장 생기가 도는 시기다. 차나무의 잎이 가장 싱그럽고 초록의 밀도도 가장 높다. 이 시기에 맞춰 열리는 ‘보성 다향대축제’(5.1~5.5)는 차밭의 풍경과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축제다. ‘보성말차! 젊음을 담다! 세계를 담다!’를 주제로 한국차문화공원 일원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말차를 전면에 내세워 젊은 세대와 해외 관광객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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