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법을 넘어 인간을 사유하다: 성찰과 사유의 여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가산(佳山) 김용섭 전북대 명예교수(법무법인 에스엔엘 파트너스 입법지원센터장)가 평생 법학자이자 법조인으로서 쌓아온 사유의 결실을 한데 모아 『성찰과 사유의 여적』(한누리미디어)을 펴냈다.
이 책은 단순한 글 모음이 아니라, 저자가 고백하듯 법과 인문학의 길 위에서 치열하게 축적된 성찰의 흔적을 담은 지적 흔적의 기록이다.
전체 2부, 8장 및 부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법학과 인문학을 가로지르는 사유와 성찰의 기록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행정법학자로서의 엄밀한 학문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문학·역사·철학 전반에 걸친 깊은 식견을 보여준다. 진정한 학자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내공은 책의 곳곳에서 날카로운 법률비평으로 나타난다. 특히 법학교과서가 역사 인식과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은 그간 해석법학의 틀에만 머물러온 우리 법학계의 단면을 통렬히 일갈한다.
이러한 통찰은 스포츠법학자로서 기록한 세계도핑방지기구 총회 참관기나, 만해 한용운의 사상을 헌법적 통일론으로 재해석하는 시도에서도 빛을 발한다. 나아가 검찰제도 개편이나 법치주의 정착과 같은 현실적 쟁점에 대해서도 법률가이자 정책 전문가로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문사철(文史哲)에 기반한 법률가적 사유이다. 저자는 스토아적 평정심을 현대 법률가의 핵심 덕목으로 제시하며, 조선의 사계 김장생과 추사 김정희를 새로운 시각에서 현대적 법률가로 조명한다. 이는 법률가의 역할을 단순한 규범 해석에 한정하지 않고, 인격과 교양을 겸비한 존재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저자가 추구하는 삶이 이런 것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또한 저자는 공감 능력과 인간관계와 같은 '소프트 스킬'을 법률가의 중요한 역량으로 강조한다. 이는 법학이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로스쿨 도입 이전에 쓰인 글임에도 불구하고, 법조 시장의 변화와 미래에 대한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책의 후반부에서 시도한 김도창, 박윤흔, 최송화 등 한국 행정법학계 거목들에 대한 인물 탐구는 이 책의 독보적인 가치 중 하나다. 인물을 통해 학문의 발전을 조망하는 이러한 방식은 한국 행정법의 형성과정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돕는 훌륭한 사료가 된다.
아울러 저자는 법학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주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다. 월드컵과 지방선거, 도시개발 문제, 바둑과 야구 등 일상의 소재를 유려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 시인으로서의 감수성과 유학 시절의 회고가 더해져 글의 깊이를 한층 더한다.
전체 2부, 8장 및 부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법학과 인문학을 가로지르는 사유와 성찰의 기록이다. 법률가뿐 아니라 깊이 있는 사유를 갈망하는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할 만하다.
황창근 교수(홍익대 법과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