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칩이 ‘전기 먹는 하마’ AI 딜레마 풀까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6. 5. 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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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에너지 딜레마는 이제 낯선 얘기가 아니다.

뇌의 뉴런처럼 데이터를 한곳에서 저장하고 연산하는 칩을 만든다면 어떨까? 인공지능의 막대한 에너지 소모 문제를 푸는 해결책의 하나로 '멤리스터'(memristor)라는 새로운 방식의 칩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메모리와 연산장치의 구분을 없애고 한곳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연산하는 멤리스터 칩은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등장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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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신경세포(뉴런)와 시냅스의 신호 처리 방식을 모방하려는 새로운 개념의 멤리스터 칩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인공지능의 에너지 딜레마를 풀어낼 수 있을까? 멤리스터가 인공지능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멤리스터 집적 기술을 보여주는 웨이퍼 모습.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제공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인공지능의 에너지 딜레마는 이제 낯선 얘기가 아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에서 확률적 패턴을 학습하며 막대한 연산을 반복한다. 그렇게 완성된 인공지능 모델은 수많은 사용자 요청에 응답할 때마다 다시 대규모 연산을 수행한다. 인공지능 훈련과 가동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급증했고 전력 수급과 발전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또 다른 쟁점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의 모방 대상인 인간 뇌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인간 뇌는 세끼 식사로 충분한 영양과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1천억개의 신경세포(뉴런)와 100조개의 연결을 유지하는 데에는 수십와트 전구 하나를 켜는 에너지로 충분하다.

이런 차이는 정보 처리 방식에서 비롯한다. 뇌의 뉴런은 정보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지만, 컴퓨터는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연산장치에 불러내어 처리하고 다시 메모리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데이터가 메모리와 연산장치를 오가면서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된다.

뇌의 뉴런처럼 데이터를 한곳에서 저장하고 연산하는 칩을 만든다면 어떨까? 인공지능의 막대한 에너지 소모 문제를 푸는 해결책의 하나로 ‘멤리스터’(memristor)라는 새로운 방식의 칩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인에게 낯설지만 반도체 공학과 시장에서는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멤리스터의 개념은 1971년 미국 수학자 리언 추아가 처음 제안했다. 이어 그는 1976년 한국계 미국 공학자 강성모 박사(전 카이스트 총장)와 함께 그 일반 이론의 틀을 마련했다. 2008년에 처음으로 실물이 제작돼 실증되었고, 이후 인공신경망에 적합한 칩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연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는 최근 사설에서 “멤리스터의 행진”이라는 제목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이 분야의 연구 동향을 전했다. 요즘 주요 학술지들에서는 전력 소모를 대폭 줄이고 성능을 높인 멤리스터 칩에 관한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대학 연구진의 연구개발 소식이 잇따른다.

멤리스터 칩이 상용화된다면, 인공지능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효과 말고도 컴퓨터 하드웨어의 역사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현대 컴퓨터는 메모리와 연산장치(CPU, GPU)가 분리돼 작동하는 기본 구조로 발전해왔다. 이런 구조는 1945년 처음 제안한 미국 수학자 폰 노이만의 이름을 따 ‘폰 노이만 아키텍처’라 부른다. 이런 점에서 메모리와 연산장치의 구분을 없애고 한곳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연산하는 멤리스터 칩은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등장을 예고한다. 지금의 인공신경망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지만, 멤리스터 컴퓨터에서는 하드웨어 칩이 곧 인공신경망이 될 수 있다.

칩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고품질의 대량생산 공정이 확립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고들 말한다. 그러면서도 학계와 시장에서는 멤리스터 칩의 등장을 가까운 미래로 기대한다. 뇌의 정보 처리 방식을 모방하는 새로운 하드웨어는 인공지능의 효율과 성능, 활용 범위를 어떻게 바꾸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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