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셋 쓴 붓다’ RM도 입었다···‘패션이 된 불교’ 바반투 김서현

최근 몇 년 새 불교는 종교를 넘어 생활 문화가 됐다. 불자가 아니어도 경전 구절이 새겨진 스티커를 붙이고 불상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목탁 모양 장신구를 가방에 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30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불교박람회장은 종교 행사장이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전시장이 됐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어렵고 고루하게 여겨졌던 불교의 언어를 오늘의 감각으로 바꿔낸 젊은 브랜드 창작자들이 있다.
1993년생 김서현 대표가 이끄는 ‘바반투’는 그중에서도 최근 1년 사이 가장 눈에 띄게 부상한 브랜드다. 지난해 처음 참가한 불교박람회에서 바반투는 헤드셋을 쓴 붓다 티셔츠와 연꽃, 경전 문구가 새겨진 바지 등을 선보였다. 법당의 장엄함 대신 거리의 발랄한 감각으로, 신앙의 표식이라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눈 밝고 감도 높은 소비자들이 먼저 반응했고 백화점과 패션 플랫폼들이 손을 내밀었다. 불교적 색채가 짙은 제품이 백화점에서도 통할지 우려됐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바반투의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가파르게 높아졌다. 이달에는 무신사, 롯데백화점 등과도 협업을 이어간다. 명상용품, 인테리어 소품에서 출발한 바반투는 이제 불교적 감각을 입힌 의류로 패션 브랜드들과 같은 무대에 서게 됐다.

처음부터 불교 패션 브랜드를 만들려 했던 것은 아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김 대표는 일간지 인턴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생각과 달리 언론사 문화는 그에게 좀처럼 맞지 않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다. 호주를 거쳐 인도에 머무르면서 요가와 명상에 깊이 빠졌다. 그가 브랜드 이름으로 삼은 바반투는 인도에서 접한 만트라에서 따온 것이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고 자유롭기를’이라는 산스크리트 문장 속에서 ‘되기를’에 해당하는 표현 ‘바반투’가 마음에 와서 박혔다.
할머니를 따라 어려서부터 절에 다녔고 이모가 비구니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불교적 문화는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 있었다. 그의 속에 있던 불교적 언어는 여행과 명상,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는 경험을 통해 브랜드 언어가 됐다. 귀국한 뒤 그는 명상을 이어가며 ‘나만의 불단’을 꾸미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싱잉볼, 무드등, 작은 불상 등의 물건을 모으고 배치했다. 그런 취향을 SNS에 올리자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제품을 팔아달라거나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고, 집에서 재미 삼아 시작한 일이 어느새 창고를 임대해야 할 정도로 커졌다. 지난해 불교박람회에 참가하게 된 것도 열성적인 팔로어들의 권유 덕분이었다.
“어려서부터 익숙했고 공감했던 부처님의 말씀이나 지혜를 제 방식대로 표현했을 뿐이에요. 그걸 좋아해주시고 저의 세계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 이만큼 자란 것 같아요.”
그렇다고 불교의 상징과 문양을 가볍게 다루려는 것은 아니다. 요즘 그가 다시 들여다보는 경전은 천수경이다. 어릴 때는 뜻도 모르고 외웠던 문장들이 지금은 ‘이런 의미였구나’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올해 불교박람회에 천수경 문장을 담은 바지를 내놓고 싶었지만 디자인이 쉽지 않아 미뤄졌다.
바반투 덕분에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메시지도 많이 받지만 불교 브랜드로만 고착화되고 싶지는 않다. “딱히 불자가 아닌데도 호응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모든 종교는 표현 방식이 다를 뿐 사랑을 이야기하고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본질은 같잖아요. 결국 누구나 사랑과 행복을 찾고, 나를 찾고 싶은게 아닐까요.”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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