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가 문제?… 집 앞 ‘이 가게’ 하나가 비만 위험 갈랐다

30대 직장인 A씨의 회사 근처에 패스트푸드 매장이 생겼다. 사무실에서 200m 남짓 떨어진 거리였다. 처음엔 지나쳤지만 어느 순간 자주 들르게 됐다. 1년 뒤 체중은 4kg 늘어 있었다. "의지가 약한 것 같다"고 자책했지만, 절제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성인의 약 43%가 과체중(비만 전 단계) 상태다.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매일 지나던 그곳 때문이었다
왜 가까운 거리가 문제일까.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조지글로벌헬스연구소 엘리사 피네다 박사팀이 2024년 국제학술지 《BMJ 영양·예방·건강(BMJ Nutrition, Prevention & Health)》에 발표한 메타분석이 실마리를 준다. 여러 연구 결과를 모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였다.
4118편을 검토해 기준을 충족한 103편을 선별하고 16개국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는 뚜렷했다.
패스트푸드 매장이 가까운 환경에서는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약 15% 더 높게 나타났다. 편의점이나 일반 음식점은 통계적으로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신선 과일·채소 판매점 밀도가 높은 지역은 비만 위험이 7% 낮았고, 슈퍼마켓이 가까우면 10% 낮았다.
이 결과는 선택이 이뤄지는 환경의 영향을 보여준다.
자주 들르는 매장의 가격대와 품목 구성이 채소·과일 섭취를 더 잘 설명한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접근성뿐 아니라 가격과 선택 환경도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부모가 고른 동네, 아이 체중 갈랐다
연구팀이 기준으로 삼은 '근접성'은 약 1마일(1.6km), 도보 20분 안팎의 거리다. A씨의 200m는 2~3분 거리였다.
패스트푸드가 체중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지방·당·나트륨이 높고 섬유질이 적어 포만감이 오래 가지 않는다. 주요 패스트푸드 세트 메뉴의 열량은 900~1000kcal 안팎으로 성인 하루 필요 열량의 절반에 가깝다. 이런 섭취가 반복되면 체중이 서서히 늘 수 있다.
가까울수록 이동하고 고르는데 드는 부담이 줄고, 반복 노출이 늘수록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 때문에 행동은 의지보다 환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이런 환경은 소아비만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한비만학회 '2025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전체 인구 중 비만에 해당하는 비율)은 코로나19 정점이던 2021년 19.3%까지 올랐다가 2023년 13.8%로 낮아졌다. 코로나 이후 등교 재개와 신체활동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도 2019년 약 11% 수준에서 2023년 13%대로 높아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부모 중 한쪽이라도 비만(BMI 30 이상)이면 자녀 비만 위험은 2~3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 모두 2단계 이상 비만(BMI 35 이상의 고도 비만)인 경우에는 5배 이상에 달할 수 있다.
사는 곳은 부모가 정하지만, 그 안에서 자라는 아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동네를 못 바꾸면 집 안부터 바꿔라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이사한 이유는 의지가 아닌 환경의 힘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힘은 집 안에서도 작동한다. 식탁 위에 과자가 있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손이 간다. 같은 자리에 과일과 물을 두면 고르는 방식이 달라진다. 선택을 유도하는 행동경제학 개념인 '넛지(nudge)' 효과다.
간식은 서랍 속으로, 과일과 물은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먹는 습관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흐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성인 약 43%가 과체중(BMI 25 이상~30 미만) 또는 비만 상태다. 세계 각국 비만 현황을 분석하는 국제기구인 세계비만연맹은 2035년 인구 절반이 넘는 약 40억 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가 될 것으로 경고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거리'보다 '가격과 선택의 쉬움'이다.
의지 탓만을 할 수 없다. 동네를 바꾸기 어렵다면 집 안 환경부터 바꾸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최승욱 기자 (swchoi6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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