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독립기념관 건립, 정치거래 대상 될 수 없다
대구·경북은 '독립운동의 성지'다.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자 의병의 본향이다. 대한광복회가 결성된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독립유공자 1만7000여 명 가운데 2300여 명이 이 지역 출신이라는 사실은 그 무게를 웅변한다. 그럼에도 정작 이 땅에는 이를 온전히 기리고 계승할 국가 차원의 독립운동기념관 하나 없다는 현실은 부끄러움을 넘어 기이하기까지 하다.
서울과 경기, 부산과 광주는 물론 김포·나주 같은 중소도시에도 독립운동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에는 누란의 위기에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한 독립운동 선열을 기릴 공간이 없다. 대구·경북은 서상돈, 이육사, 이상화, 현진건 등 민족사의 거목들이 태어난 곳이다. 또한 수많은 무명 독립지사들이 옥중에서 생을 마감한 대구형무소가 있었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을 집대성할 공간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격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억의 편향이자 책무의 방기다.
최근 독립기념관 분원 대구 유치가 6·3 지방선거의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논의가 재점화됐다. 법 개정안 발의와 맞물려 실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일회성 선거용이나 여야 정당 간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독립운동의 역사와 선열의 희생을 기리는 사업은 어느 정당의 공적도, 특정 후보의 치적도 될 수 없다. 이는 국가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공공의 의무이자 역사적 책임이다.
그동안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해 온 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사업이 번번이 좌초된 것도 결국 국가의 뒷받침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경제 논리에 막혀 역사적 당위가 외면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독립운동의 가치를 비용 대비 수익으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가 정체성을 세우는 일에 경제성을 들이대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지이자 무책임이다.
대구독립기념관 건립은 여야를 넘어 정부가 주도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특정 지역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역사적 균형을 바로잡는 일이다. 정치권은 이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초당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은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