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핼러윈 참사’ 입건 후 숨진 경찰… 법원 “자살은 수사 탓, 직무와 무관”

지난 2022년 ‘핼러윈 참사’ 직후 안전 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정보보고서를 부당하게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다 목숨을 끊은 경찰관 유족이 “핼러윈 참사로 인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숨졌으니 국가유공자·보훈보상 대상자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3부(재판장 진현섭)는 최근 서울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 정모씨 아내가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소송에서 이 같이 판결했다.
32년 간 경찰관으로 근무해 온 정씨는 2022년 11월 11일 서울 강북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해 10월 29일 용산서의 관할인 이태원 거리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 2주도 안 된 때였다. 정씨는 사고 직후부터 이태원 현장과 병원, 임시 안치소 등에서 사망자 시신 수습 등 업무를 맡았다. 24시간 당직 근무, 주말 근무도 연이어 수행했다.
그런데 핼러윈 참사 수사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정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용산서의 한 정보관이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참사 직후 삭제한 배후에 정씨 등 용산서 정보과 간부들이 있다고 본 것이다. 정씨는 특수본 소환 조사를 받진 않았지만, 입건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경찰에서 대기 발령 조치도 받았다.
당시 정씨는 주변 동료들에게 “보고서 삭제를 지시하거나 회유한 적 없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사망 전에는 지인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연락하며 신변 정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본은 사망한 정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정씨 아내는 2024년 5월 서울북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보훈보상 대상자 유족으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다. 유족은 “정씨가 이태원 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시신 수습 등 대민 지원 업무를 며칠 동안 밤새워 수행하며 PTSD가 발병했다. 그런데 이후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이유로 입건돼 대기 발령을 받았다”며 “정씨는 경찰공무원으로서의 명예심과 자긍심이 무너지며 PTSD가 급격히 악화됐고, 정상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을 상실해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료 경찰들도 “정씨가 사고 발생 후 하루 한 시간도 못 자며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보훈지청이 신청을 거절하자 정씨 아내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보훈지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태원 사고 직후 정씨의 업무 부담이 과중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경찰로서 수행한 직무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씨가 비극적인 참사를 목격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로 인해 PTSD가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직접적인 주된 원인은 경찰 특수본의 수사로 인한 무력감과 좌절감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를 받은 것이 직무 수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없다”고도 했다. 이어 “(정씨가 보고서 삭제에 동조했다는) 용산서 정보관의 진술 등을 고려하면, 특수본이 정씨가 아무런 책임이 없는데 입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정씨 스스로 자책감과 자괴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씨 아내가 1심 판결에 항소해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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