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대신 책”…칠곡휴게소에서의 작은 도서관 풍경
스마트폰 대신 책 선택한 부모들 “이동도 독서 시간으로”
기증 도서로 만든 나눔, 독서문화 확산 모델로 확대

"장난감 대신 책을 고르는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칠곡휴게소에서 열린 책 나눔 행사에선 준비된 도서 600권이 두 시간 만에 모두 소진됐다.
어린이날 선물로 책을 선택한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책 선물'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행사장에는 아이와 부모, 조부모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였다.
아이들은 책장을 넘기며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랐고, 부모들은 아이의 손에 책을 쥐여주며 함께 읽을 이야기를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함께 읽어보려고 골랐다"며 "짧은 이동 시간도 아이에게는 좋은 독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이동 중 잠시 머무는 공간인 휴게소는 이날만큼은 작은 도서관으로 변했다.
가족들은 벤치와 휴식 공간에 앉아 책을 펼쳤고, 아이들은 받은 책을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어린이는 "장난감도 좋지만 내가 고른 책이라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사용된 책은 새마을문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도서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읽혔던 책이나 보관 상태가 양호한 책 가운데 A급 도서만 선별했다.
훼손된 책은 제외하고 소독까지 마쳐 위생에도 신경 썼다.
행사는 새마을문고칠곡군지부 김명신 회장을 비롯한 회원 14명이 직접 참여해 진행했으며, 칠곡군새마을회 우충기 회장도 현장을 찾아 힘을 보탰다.
또한 휴게소 운영 측도 행사 취지에 공감해 책을 담아갈 수 있는 에코백을 제공했다.
칠곡휴게소 전경진 소장은"휴게소가 단순히 쉬어가는 공간을 넘어 책과 만나는 공간이 된 것 같아 뜻깊다"며"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함께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나눔을 넘어 독서문화 확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최근 어린이날 선물이 장난감이나 디지털 기기로 집중되는 흐름 속에서, 책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력과 정서를 키우자는 취지다.
김명신 회장은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준비했다"며 "책은 한 번으로 끝나는 선물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키우는 가장 오래가는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도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새마을문고칠곡군지부는 칠곡휴게소 내 '아이사랑 도서관'을 운영하며 여행객 누구나 책을 읽고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델은 포항, 영천, 건천 등 경북권 고속도로 휴게소로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칠곡경찰서 유치장 내부에도 작은 문고를 설치해 독서 접근성이 낮은 공간까지 책을 보급하고 있다.
독서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올해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독서문화상'을 수상했다.
이날 휴게소를 찾은 가족들의 모습은 단순한 이동 중 풍경을 넘어, 책이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한 장면을 보여줬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길 위에서, 또 하나의 여행이 책과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