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달콤했다…소년가장도 이제 불혹인데, 변하지 않는 한화 마운드 현실

김은진 기자 2026. 5. 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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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20대 시절, 한화 에이스였던 류현진은 ‘소년가장’으로 불렸다. 류현진이 던지는 날만 겨우 이겨 ‘승패패패패’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한화 마운드가 황무지에 가깝던 시기,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도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던 한화의 암흑기에 류현진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30대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보내고 2024년 한화로 복귀한 류현진은 ‘에이스’ 타이틀을 내려놨다. 세월이 흘러 전과 같은 위압감 대신 노련미로 경기를 운영하는 류현진은 외국인 투수들과 한화 새 기둥 문동주의 뒤를 받칠 4선발 역할을 맡았다. 2025년 외국인 원투펀치가 폭발하고 선발 3년 차를 맞은 문동주가 궤도에 오르면서 한화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류현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마운드 걱정을 하지 않은 유일한 시즌이었다.

2026년, 한화 마운드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말았다. 줄부상에 부진이 겹쳐 초토화된 마운드에 멀쩡한 국내 선발 투수는 류현진뿐이다.

외인 투수 둘을 모두 교체하고 아시아쿼터 왕옌청도 선발로 투입하며 국내 듀오 문동주, 류현진을 더해 5인 체제로 출발한 한화 선발진은 불과 한 달 만에 해체됐다. 오웬 화이트가 개막하자마자 부상으로 이탈하자 단기대체 투수 잭 쿠싱을 영입했으나 마무리 김서현의 심각한 부진으로 쿠싱을 뒷문에 세우고 있을 정도로 불펜 사정마저 엉망이다.

윌켈 에르난데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문동주가 어깨 수술로 시즌아웃 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는 왕옌청과 류현진만 남았다. 선발 투수 중 밥값 하는 투수가 둘뿐이다. 그 중 류현진은 경기당 평균 6이닝씩 던지며 평균자책 3.60을 기록 중이다. 피출루율이 0.265로 리그 전체 4위, 국내 투수 중에서는 1위다.

2024년 통합우승을 하고도 2025년 8위로 떨어진 KIA처럼, 핵심 선수들의 부상은 팀 추락의 결정적 사유가 된다. 시즌 중 발생하는 대부분의 부상은 예상하기 어렵다. 줄부상에 맞닥뜨리고도 이겨낼 수 있는 팀이야말로 진짜 강팀이다. 최대한 전력을 두툼하게 만들어놓아야 하는 것이 비시즌 과제인 이유다.

한화 문동주. 한화 이글스 제공

현재 한화 마운드 사태는 단순한 연쇄 부상 때문만은 아니다. 한화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이미 마운드에 불안감을 안고 출발했다. 지난 시즌 성공적이었던 ‘결과’에 비해 과정상 허점이 분명했는데도, 타선 보강에 비해 마운드는 손대지 않고 겨울을 지났다. 한화의 기대치는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한껏 올라갔고, 마운드는 지난해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져 어쩌다 정점을 찍은 것인데 그 성적을 그대로 ‘상수’로 여긴듯 공격력만 강조하다 참담한 5월을 맞고 있다. 외인 원투펀치에 필승계투조까지, 현실적으로 거대한 전력 공백은 마운드에서 일찍이 드러나고 있다.

이제 30경기밖에 치르지 않아 시간상으로는 재정비할 여지도 충분하다. 아직까지 순위는 순위일뿐이다. 그러나 쿠싱을 마무리로, 정우주를 선발로, 선발과 불펜을 계속 돌려막아야 하는 마운드 상태에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소년가장’이었던 류현진이 마흔살이 돼서도 마운드를 다시 홀로 지키게 된 이 상황이 별로 낯설지가 않다. 류현진이 얼마나 대단한 투수인지와 별개로, 오랫동안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온 한화가 가장 뼈아파지는 지점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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