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트럼프 작전 참여 압박에 신중론 유지… "피격 여부부터 확인"
군 “사고 원인 규명이 우선”… 내부 폭발 가능성도 거론
청해부대 투입엔 회의론… 비전투·제한적 기여 가능성 검토
국힘 “이제 호르무즈는 우리 문제”… 정부 외교·안보 대응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 폭발·화재 사고를 계기로 한국의 군사작전 참여를 재차 압박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사고 원인 규명과 선박·선원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국제 해상교통로 안전 확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군사적 대응 여부는 한반도 안보 상황과 국내법 절차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5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정부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가 국제법상 보호돼야 할 원칙이라는 입장 아래 글로벌 해상 물류망 안정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며 "미측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제안에 대해서도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을 감안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프리덤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과 관련한 선박 이동 과정에서 한국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며 "이제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발생한 HMM 운용 벌크선 'HMM 나무'호 폭발·화재 사고를 사실상 이란의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공개 요구한 셈이다.
다만 정부는 현재로선 군사 대응보다 사고 원인 조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방부는 "국제법과 국제 해상로 안전, 한미동맹 및 한반도 안보 상황, 국내법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의 입장을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초기에는 기뢰·드론·무인수상정 등에 의한 외부 공격 가능성이 거론됐다. 다만 이후 선박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내부 폭발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청해부대 등 우리 군 전력이 호르무즈 해협에 즉각 투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청해부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2000㎞ 떨어진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퇴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주전력인 4400t급 구축함 대조영함은 기본적인 방호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드론과 미사일 위협이 집중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실질적인 전시 상황인 호르무즈 해협에 군 전력을 파견하기 위해선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대신 정보 공유나 연락장교 파견 등 제한적·비전투적 방식의 기여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수산부는 사고 직후 인근 해역에 있던 한국 선박들에 대해 안전 해역으로 이동하도록 긴급 조치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전날 오후 10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선원과 선박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지침에 따라 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한국 선박들은 카타르 방향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정부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 선박이 공격받은 이상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이제 우리 문제가 됐다"며 "정부는 우리 선박과 선원을 보호하기 위한 입장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충권 원내수석대변인도 "정부가 경위 파악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외교·안보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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