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전 국무총리 별세···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 모두 중용

학계와 정치권을 넘나들며 국가 원로 역할을 한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5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1934년 태어난 고인은 1953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이듬해 서울대를 중퇴한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에모리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1968년 예일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1969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로 부임해 20년간 모교에서 일했다. 그는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장관을 맡았다. 서울대 교수직은 유지하지 않고 후배들을 위해 내려놓았다. 김영삼 정부에선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공직을 거친 이후 1996년 신한국당 대표위원을 지내며 정치를 시작해 15대 국회의원으로 일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선 주미 대사를 맡았다.
고인은 남북관계 전환기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1989년 9월 발표된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의 기틀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은 자주·평화·민주의 3원칙 아래 단계적이고 점진적 통일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남북이 전환기 남북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처음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탄생의 바탕이 됐다. 당시 여소야대 상황이었으나 여야 합의를 끌어냈다.
민주화 이후 3대 정부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지낸 고인은 “중용의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7년 국가 원로 개헌 대토론회에서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적절히 나누는 분권은 국가의 전체 권력을 오히려 늘리는 방향”이라며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국가에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은 분권에서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교수 재직 시절에는 서울국제포럼 설립을 주도했고 주미 대사로 일한 이후 포럼 이사장을 맡았다. 포럼에선 국가 의제 관련 정책 연구와 국제협력 활동을 지원해왔다.
고인은 정치 리더들의 협치와 포용력을 강조했다. 그는 2017년 서울대 총동창신문 인터뷰에서 “지도자들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다른 입장이나 세력과도 협력하고 수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갈 데까지 간다는 극한의 대결 구도를 지양하고 국가에 대한 무한책임을 갖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애도를 표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전 총리의 편안한 영면을 기원한다”며 “민주당은 고인이 남긴 유산을 되새기며,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평화와 공존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합리적 보수의 상징이자 학자와 행정가, 정치인으로서 현대사의 고비마다 이정표를 세웠던 이 전 총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궤적을 남긴 거목이자, 시대의 큰 어른이었다”며 “안식을 기원한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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