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헌법 9조2항 삭제론’ 부상... 이시바 “자위대가 군대 아니라는 건 눈속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일본 정치권에서 평화헌법의 핵심 조항인 ‘9조2항’을 삭제하자는 주장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일본 헌법 9조1항은 분쟁 해결을 목적으로 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는 내용이고, 9조2항은 전력 보유를 금지하고, 교전권을 부인하는 내용이다. 이때문에 일본은 자위대를 군대나 전력이라고 하지 않고 ‘필요최소한의 실력 조직’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9조2항을 삭제하고, 자위대를 명실상부한 군으로 규정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자위대가 군대가 아니라는 건 눈속임이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는 4일 저녁 공개된 관서테레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9조2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시바는 “세계적인 방위비를 지출하고, 최신예 전투기, 전차를 비롯한 차량, 호위함들… (이런걸 갖춘 자위대가) 군대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드는게 당연하지 않느냐”면서 “필요최소한도니까 전력이 아니고, 군대가 아니다. 이건 눈속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조2항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헌법 개정 논의가 절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했다. 방위청 장관, 방위상 등을 지낸 이시바 전 총리는 자민당 내 중도 성향의 인물로 꼽히지만, 안보 정책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주장은 일본유신회가 주장하는 개헌 방향과 비슷하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4일 “다카이치 총리는 의원 시절, 2012년 마련된 자민당 개헌 초안을 ‘베스트’라며 지지했다”면서 “다카이치의 지론은 ‘국방군’ 창설”이라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정치권 내 반발을 고려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발언하는 것을 자제해왔지만, 평소 생각은 9조2항을 삭제하고 총리 아래 국방군을 창설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민당은 당시 연립 정당인 공명당의 입장을 고려해, 9조2항을 그대로 두고 자위대를 헌법에 단순 명기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2017년 마련했다.
다카이치는 특히 일본 헌법이 미국의 뜻에 따라 제정됐다는 ‘강요론’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전 직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국군 총사령부(GHQ)에 헌법이 강요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 중의원 헌법조사회에서 “미국의 마음이 아닌 일본의 마음을 가진, 우리 시대의 우리 헌법을 우리가 써 올려야 한다”며 강한 결의를 피력했다. 또 일본 헌법 전문에 나오는 “평화를 사랑하는 제국민의 공정과 신의에 신뢰하여 우리의 안전과 생존을 유지하고자 결의했다”는 구절에 대해 “지극히 한가로운 문장”이라며, 개헌 기회가 있다면 가장 먼저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권에서 이같은 9조2항 삭제론이 갈수록 힘을 얻을 경우, 일본 내 국론 분열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일본 헌법기념일을 맞아, 일본 전국 각지에선 다카이치 정권의 개헌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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